경험조사의 이론중심주의

경험조사에 있어서 "이론 중심주의"

: 수리 사회학(Mathmatic Sociology)에 대한 사회학사적 접근

I. 문제제기

미국의 사회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방법론적 쟁점은 기능주의 방법론과 더불어 "경험적 연구를 위해 발전된 여러 가지의 측정 및 분석 도구들의 적합성 내지는 유용성과 관련된 문제"(정창수, 1996: 117)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론적 쟁점은 도구적 실증주의(instrumental positivism)가 기능주의와 함께 미국 사회학을 대표하는 지배적인 조류를 형성하게 되면서부터 제기되었으며,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진행된 광범위한 방법론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능주의와는 달리 도구적 실증주의가 최근까지도 지배적인 방법론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Berk, 1988: 155)는 점에서 더욱더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구적 실증주의의 발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통계적인 방법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던 1960년대에 이루어졌다. 1965년이후 10년동안 통계학과 수학의 기술적 세련화가 이루어지면서 블래록(Blalock)과 던컨(Duncan) 등의 사회학자들은 사회학적 현상에 수학적 형식을 적용해 보려는 시도를 계속하였다. 실험 방법이 사회학적 현상의 경험조사에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조 방정식(structural equation)"을 비롯한 방법들은 인과적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모형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구조 방정식 모형을 소개한 사회학자들의 세심한 주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방법론적 기술은 경험적 연구들에 있어서 방법론적인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시작하였다. 1965년이후 미국사회학은 "과학적" 방법의 옹호자들의 입장이 우의를 점하기 시작했으며, 그들의 방법론이 실재적이
않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진보를 위한 확실한 경로로서 간주되었다(Collins, 1988: 494).

도구적 실증주의는 특별히 경험적 연구의 문제와 자료로부터의 인과적 추론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며, 자료(data)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인과적 추론의 논리적 구조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이것은 도구적 실증주의에 대한 외부의 방법론적 논란에 대한 대응의 결과라기보다는 경험적인 분석의 내적인 타당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자료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노력은 "오차의 문제, 곧 편의(bias)와 변량(variance)의 오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브스(Groves, 1987)는 이에 대해서 그동안 경험 연구가들이 양질의 자료를 구하는 문제에 관해서 등한시 해왔다고 지적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일한 통계학적 조망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로브스의 입장은 실험방법(experiment)을 주로 사용하는 심리학, 교육학이나 경험조사(empirical reaserch, survey)를 주로 사용하는 사회학, 정치학 등에서 서로 다른 맥락에서 오차의 문제를 사고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체 사회과학의 공통된 문제인 양질의 자료를 획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이론적인 맥락의 발전과는 무관하게 기술적인 혁신의 문제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인과적 추론의 논리적 구조를 밝히려는 노력은 실험과는 달리 변수의 조작가능성 (manipulation)이 없는 경험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험조사의 인과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과적 추론이란 가설적인 원인인 독립변수가 종속변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그 강도는 얼마나 되는가를 밝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채서일, 1990: 44). 이것은 도구적 실증주의의 기본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적 타당성의 확보" 문제와 연관되며,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과학철학적 쟁점과도 연결된다. 이에 대한 논의가 대체로 흄(Hume)과 밀(Mill)의 논의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Holland, 1986; Berk, 1988).

사회과학에서의 인과성은 자연과학에서의 인과성에서처럼 결정적인(deterministic) 언명을 사용하지 않고 확률적인(probabilistic) 언명을 사용한다. 이것은 콜링우드(Collingwood), 서프(Suppes) 등의 과학철학자와 그랭거(Granger) 등의 사회과학자들이 인과관계를 결정주의적으로 보지 않고 확률적인 관계로 보기 시작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Sobel, 1995: 10-17). 사회과학에서 인과관계를 확률적
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어떤 특정한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고 특정한 독립변수 이외의 기타 변수들의 영향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으며, 인과관계를 명확하고도 결론적(conclusive)으로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채서일, 1990: 45).

그러나 사회과학자들의 인과성에 대한 방법론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버나트 (Bernert, 1983: 230)가 지적하듯이, "(경험주의)사회학에서의 인과성은 깨지기 쉬운(fragile) 개념중의 하나"였음에 틀림없다. 버나트는 사회현상에 대한 인과적 개념의 적용은 그동안 "맹목적인 추종(uncritical adulation)"에 머물러 왔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도구적 실증주의자들이 인과성의 문제를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으며, 그것의 근거를 분명히 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인과적 추론의 논리적 근거를 밝히려는 노력이 확산된 것도 이러한 내부적인 비판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과학에서 인과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기술적인 혁신에 따른 기법의 발달을 통해서 이루어진 자료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노력과는 달리, 이론적인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인과적 추론을 위한 기법의 발전은 단지 기술적인 정교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의 도구적 실증주의의 발전은 기실 방법론에 있어서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theoriticism)' 로의 전환을 통해 가능했다.

1960년대 이전까지 미국의 도구적 실증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다양한 종류의 탐색적 연구의 축적이었다. 이 시기에는 탈역사적이고 탈이론적인 연구를 선호하였으며, 이론을 사변적인 것으로 의심하는 경험주의적 경향이 강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농촌이나 도시에 관한 현지조사나 상세한 연구논문들이 전문적인 활동의 전형처럼 여겨졌으며, 거시사회학은 종종 의문시되었다. 그런데 정성들여 이루어진 경험적 연구의 상당 부분은 아주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특정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되어버렸으며, 분석적인 일반화와 이론적인 재구성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Williams, 구영록 옮김, 1984).

이러한 한계로 인해서 그동안 '경험 중심적'으로 이루어졌던 경험조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도구적 실증주의자들은 보편적인 이론의 수립과 이론의 검증을 위해서 '이론 중심적'인 통계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이것은 경로분석(path analysis)의 발전과 요인분석 (factor analysis)에서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의 등장, 그리
고 구조방정식 모형(structure equation model)의 확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론 중심적인 통계방법론은 도구적 실증주의의 이론적 가정들을 전제로 하여 인과적 추론을 설명하고 있다. 경로분석 등의 통계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개인주의적 개념, 곧 명목론을 수용해야 하며, 사실과 가치의 분리와 가치자유의 개념을 도입해야 하고, 흄으로부터 발전해온 인과적 추론의 가정을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이것은 경험적인 분석이 이론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관관계에서 벗어나 인과관계의 설명으로 전환시켜주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론과 방법론의 상호관계를 단절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 이것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론이 존재하지 않지만,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방법론은 존재한다'는 주장이나, '어떤 방법은 어떠한 이론적 시각을 가진 연구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 등에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가핑켈(Garfinkel)과 같은 구성주의자가 통계적인 방법을 빈도(frequency) 이상을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사고하지 않을 것이며, 던컨(Duncan)과 같은 도구적 실증주의자가 통계적 방법을 통해서 인과적 분석을 시도하지 않을리 없을 것이다. 결코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 글은 사회학사적 접근으로 미국의 도구적 실증주의의 발전과정을 살펴보고 경험조사에 있어서 이론 중심주의적인 방법이 어떻게 제시되었으며,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제 2 장에서는 도구적 싫증주의의 발전과정을 탐색적으로 살펴볼 것이며, 제 3 장에서는 인과성에 대한 철학적 뿌리부터 최근의 견해까지 인과관계에 대한 논의의 전개를 살펴보고, 제 4 장에서는 요인분석과 경로분석,그리고 구조방정식 모형 등을 통해서 경험조사에 있어서 이론 중심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 5 장에서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논의가 지니고 있는 방법론적 함의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이 글은 그동안 이론과 방법론을 단절적으로 사고했던 잘못된 시각을 도구적 실증주의와 이론 중심적인 방법론을 검토해 봄으로써 밝혀내는 데 목적이 있으며, 동시에 통계적 방법론의 발달이 기법의 정교화나 기술의 진보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이론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II. 도구적 실증주의의 발전

이론 중심주의적 방법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먼저 도구적 실증주의 전반에 대한 이해를 위해 도구적 실증주의의 발달사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미 문제제기에서 지적하였듯이, 도구적 실증주의는 미국의 대표적인 방법론적 입장으로서 기능주의와 더불어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형성하였다.

미국의 도구적 실증주의는 사회학자들에게 자연과학적 방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증주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30년대의 도구적 실증주의자들은 경험조사를 사회적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실시하였으며 조사의 초점은 주로 사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 때에 표본추출기법이나 태도에 관한 측정 개념 등이 도입되었으며, 그 이후 얼마동안 경험조사는 주로 여론 파악, 노동자의 직업에 대한 헌신 연구 또는 소비자의 선호도에 대한 연구 등에 집중되었다(홍두승, 1992: 21-22).

이 시기에 도구적 실증주의는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의 발전과 연관되어 있다. 이것은 도구적 실증주의가 시카고 사회학자에 의해서 주도되었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시카고 사회학자들은 언제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것을 추구하였다. 헨더슨(Henderson)과 버제스(Bueress)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시카고 사회학자들은 그들 자신과 초기 세대의 참여의 색채가 강한 "응용된 인도주의 (applied humanitarianism)"와 결별하였다. 확실하게 그들은 양적 방법론의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았으며 양적인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1920년대 미국사회학의 중심에 위치하던 시카고는 1930년대 후반 통계와 설문조사의 사용이 증가하게되면서 시카고의 두드러진 특징은 감소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카고 학자들은 상징적 상호작용론을 발전시켰으며 대신에 도구적 실증주의는 전체 미국 사회학의 지배적인 양식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학자들은 런드버그(Lundberg)와 라자스펠트(Lazarsfeld)를 들 수 있다. 1929년 「사회연구(Social Research)」라는 저서에서 런드버그는 그가 귀납적 방법이라고 불렀던 과학적 방법의 통합성을 주장하였다.「사회연구」의 성공은 도구적 실증주의가 미국사회학에서 이미 지배적인 양식이었음을 시사해준다. 이 책은 통계학의 교재는 아니었지만, 런드버그는 통계가 사회학
의 정확한 실험방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30년대 말 런드버그와 맥키버(MacIver)간의 논쟁은 미국사회학의 방법론적 성격에 있어서 독자적인 발전의 양상을 잘 보여준다(김경동, 1984: 256-257).

그의 접근에서 주목할 만한 측면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먼저, 그는 개념형성과 법칙형성에 있어서 본질론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둘째, 기법과 개념이 동일할 경우 모든 관찰자가 결과에 동의해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 점이다. 캐튼(Catton)에 따르면, 어느 사회학적 저자도 런드버그처럼 과학주의적인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Bryant, 1985: 148). 라자스펠트는 양적 겸험 조사의 가장 두드러진 기여자라는 점에서 룬드버그보다 더욱더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라자스펠트는 명목론적으로 사회를 규정한 오랜 미국인의 견해에 새로운 힘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그는 사회학적인 훈련을 받은 바 없었다. 1930년까지 라자스펠트는 그 자신을 심리학자나 수학자로 간주했지만, 사회학으로의 이동은 학술적인 설계라기 보다는 환경적인 것이었다. 그가 자신을 사회학자로 간주한 것은 1948년이며, 양적 방법론과 수학적 방법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장에 대해 유럽인들은 '미국 사회학'이라고 이름지었고 밀즈는 '추상적 경험주의'라고 지칭하였다. 그는 포퍼와 그의 동료들처럼 방법론적 개인주의의 입장으로 나아갔다. 라자스펠트는 가치 자유에 대한 헌신이 학문적 고결성의 개념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엔나에서와 마찬가지로 라자스펠트는 연구센터의 발전에 앞장섰다. 라자스펠트의 영향으로 인과적인 추론 전략은 1940년대 이후 표본 설문조사(sample survey) 자료의 분석가들 사이에 특별히 유행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자료에 대한 표식과 퍼센트의 차이를 계산하는 수준이었으나, 1960년대부터 사회과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인과적 모형의 기법들이 구체적으로 도입되면서 인과적 추론에 대한 라자스펠트의 영향력이 증대하였다.

2차대전이후 도구적 실증주의는 2차대전의 발발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논리 실증주의자들에 의해서 크게 영향받았다(양종회, 1988: 404). 사회학에서 이들의 영향을 예로 든다면, 노이라트는 사회학을 통합과학의 일부분으로 간주했으며, 네이글은 사회과학에 있어서 대부분의 일반화는 보편적 법칙이라기보다는 통계적 제일성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브라이언트(Bryant, 1985: 145-167)는 도구적 실증주의가 비엔나 학파의 논리 실증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나 강한 토착적인 전통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런드버그(Lundberg)는 과학의 귀납적, 검증적, 증식적 모형을 발전시켰으며, 오그번(Ogburn)은 양화주의와 도구주의, 가치자유, 제한되고 특정한 연구, 전문화 등을 주장함으로써 실증주의 사회학을 수립하는데 기여하였다. 이 토착적 전통은 라자스펠트(Lazarsfeld)와 스토우퍼(Stouffer), 거트만(Guttman) 등의 통계적 방법과 연구 수단의 강조 및 경험적 사회학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오그번은 이러한 미국의 도구적 실증주의의 특징을 다섯가지로 지적하였다 (Bryant, 1985: 139-144). 첫 번째는 통계적 기술과 조사 수단에 대한 집착이며, 두 번째는 명목론, 곧 개인주의적 사회의 개념에 대한 지지, 세 번째는 귀납주의, 정당화주의 그리고 누적주의(incrementalism)에 대한 친화성, 네 번째는 사실과 가치의 양분과 가치-자유의 개념의 도입, 다섯 번째는 공동 연구의 활성화와 응용사회연구센터와 기관의 성장 등이다.

그러나 1960년과 1970년대 밀즈(Mills)와 그의 지지자들에 의해서 도구적 실증주의를 의미하는 "추상적 경험주의"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고 쿤(Kuhn)과 과학철학자의 도전, 해석적 사회학자들의 비판이 전개되면서 도구적 실증주의는 심각한 방법론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Bryant, 1985: 133).

이러한 도전은 생각했던 것만큼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오히려 도구적 실증주의의 극단적인 자연과학주의를 낳았다. 이것은 대개 수리사회학(mathematical sociology) 또는 형식사회학(formalistic sociology)으로 불리는데,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인과성 문제를 포함하여 관찰가능한 자료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관찰 불가능한 개념들을 연역적으로 경험
에다 연결시키기 위해서 공식(公式)과 같은 고안물들을 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경험적으로 관찰가능한 전체를 좀더 다루기 쉬운 부분들로 쪼개어 주는 갖가지 구성체들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과학은 현실을 직접 다루는 것이 아니라 조작적 정의에 의하여 다룰 수 밖에 없다고 여긴다는 점이다(Warshay, 1975: 91).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경험적인 자료 수집과 이에 대한 탐색적인 분석 수준에서 이루어졌던 경험조사에서 엄밀한 의미에서의 자료 수집과 이에 대한 설명적인 분석으로서의 경험조사로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명료화되지 못했던 인과성의 문제가 과학철학의 발전과 확률론과 통계학의 도입으로 어느정도 설명되기 시작하면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
는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로의 전환을 확인하게 된다.

1970년대에 와서는 이러한 수리사회학 분야가 점차 확대되어 이론 구성변수의 공식화, 다변수 분석법의 발전, 시계열분석법의 정교화 등이 진행되었다. 1970년에서 1973년까지 미국 사회학회의 여러 분과들 가운데 수리사회학, 모델 및 이론구성 분과가 모두 30개에 이르렀으며, 인간주의·현상학적 사회학· 민속방법론등의 타 분과는 불과 14개 분과에 머물렀다(Warshy, 1975: 93).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가장 부각되었던 것은 구조 방정식 모형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조방정식 모형은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다. 사회학(Bielby and Hauser, 1977), 심리학(Bentler, 1980; 1986), 경제학(Goldberger, 1972; Aigner et al., 1984) 등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서 구조 방정식 모형을 설명하는 연구서들이 나왔다. 구조방정식 모형의 방법론적 기술을 다룬 저서로 유명한 것은 골드버그와 던컨(1973)의 저서와 블랙록(1971)의 저서를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요인분석(factor analysis) 역시 초기의 탐색적 수준에서 설명적 수준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은 그동안 어느 요인이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탐색적 요인분석(exploratory factor analysis)에서 변수간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을 확인해보는 가설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으로 바뀌었다. 확인적 요인분석은 이후 구조 방정식 모형의 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경험적인 탐색 수준에 머물렀던 경험조사 기법들이 이론적인 가설을 검증하는 도구로 발전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것은 도구적 실증주의가 초기의 귀납적 경험주의에서 연역주의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 바탕에는 경험조사에서 인과적 추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와서 도구적 실증주의는 그동안 양적방법론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한계인 설명변수의 한정적 사용 문제와 미시적 분석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로의 전환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종속변수가 연속변인이 아니고 명목척도인 경우나, 공간적인 개념이 아니라 시간적인 개념의 변수인 경우, 이를 인과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들이 발전하였다. 범주적 자료 분석(categorical data analysis, Agresti, 1990)의 발전은 '예'와 '아니오'로 답할 수 밖에 없는 종속변수의 설명변수들을 인과적으로 추론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명목변인에 대한 분석기법(loglinear model, logit model)과 다중명목변인에 대한 분석기법(multinomial response model)이 등장하였고, 시계열 분석(Campbell and Stanley, 1973: 37-43)을 통해 제한적으로 설명되었던 시간적 개념의 변수에 대한 분석은 불연속 시간분석
(discrete-time analysis, Allison, 1982)을 비롯하여 사건사 분석(event history analysis, Hannan and Carroll, 1981; Rogosa, 1988; Dwyer, 1991)의 발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미시와 거시를 연결하려는 노력은 중다수준 분석(multilevel analysis, Mason, Wong and Entwistle, 1983; Diprete and Forristal, 1994)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분석기법의 등장은 마치 회귀분석에서 경로분석으로, 나아가 구조 방정식 모형으로 바뀐것이나, 탐색적 요인분석에서 확인적 요인분석으로 바뀐 것과 마찬가지로 이론 중심주의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를 나타낸다. 이것은 도구적 실증주의의 인과 모형을 그동안 분석 단위에서 방치하였던 부분까지 적용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초기의 경험 중심주의적 방법에서 이론 중심주의적인 방법으로의 전환을 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발전과정을 바탕으로 다음 장에서는 인과성을 추론하기 위한 철학적 논의의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경험조사에 인과성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인가를 밝히고자 한다. 이어서 제 4 장에서는 이론 중심주의적인 방법론이 어떻게 발전하였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III. 경험조사에 있어서 인과성

(1) 결정주의적(deterministic) 인과성: 흄과 밀

경험조사에 대한 인과성을 체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과성에 대한 철학적, 인식론적 발전을 살펴보아야 한다. 인과성에 대해서 철학적인 기여를 논의하는 것이라면 고대 철학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겠지만, 인과적 추론의 문제만을 국한해서 살펴본다면 우리는 논의의 출발점을 흄의 저작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흄은 '귀납의 문제(problem of induction)'를 제기한 대표적인 경험주
의 철학자로 간주되고 있다(Chalmers, 1982: 19). 흄은 선험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과학적 방법, 곧 실험의 방법을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에 적용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경험주의적인 입장에 섰으며, 그의 전 생애에 걸쳐서 경험과 관찰을 근간으로 삼는 실험적 내지는 과학적 방법을 일관되게 강조하였다(김효명, 1995: 16). 이것은 당시 눈부신 발달을 보여주었던 뉴튼(Newton) 물리학의
실험 방법을 흄이 인문학에 적용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영국의 경우 이러한 자연주의(naturalism)의 발전은 중세 말기의 오컴(Ockham)에 이어 흄을 거쳐 현대의 논리실증주의로 이어졌다.

흄의 인과적 추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과성(causation)에 대한 흄의 근본적인 입장을 명료히 해야 한다.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흄이 관심을 가진 것은 원인 혹은 결과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인과성 혹은 인과관계(causal relation)에 대한 분석이었다. 이 점에 있어서 흄은 어떤 대상을 고립적으로 다루면서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흄은 인과관계를 대상들 자체의 변화없이도, 변할 수 있는 관계로 보았다.

흄이 이렇게 본 것은 인과관계를 그 대상들의 개별적인 성질들 가운데서 발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흄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지각의 대상이 아니며, 그것은 현재의 경험을 넘어서서 추론하는 것을 허용하는 관계라고 주장하였다. 흄은 인과성이 결코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으며, 관찰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 파악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Berk, 1988: 156). 이것은 현재의 경험을 넘어서서 추론하는 것을 허용하는 관계로 인과관계를 파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흄이 밝히고 있는 인과관계의 본질은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진다(Holland, 1986: 950). 하나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인접성(spatial/temporal contiguity)이며 다른 하나는 시간적인 선행성(temporal succession)이고 세 번째 측면은 항시적 결합(constant conjunction)이다. 흄에 따르면, 원인이란 곧 "한 대상이 다른 대상에 선행하고 근접하되, 전자를 닮은 모든 대상들이 후자를 닮은 대상들과 유사
한 선행성과 인접성의 관계를 가질 때의 그 전자의 대상"(정병훈, 1991: 177)이 된다.

흄은 정신과학자의 목표를 이러한 인과성의 세 가지 기준을 통해서 현상을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적은 수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잡고 있다. 만일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 고찰할 때, 우리가 그것들을 하나의 공통된 원리로 분해하고, 그것을 다시 다른 원리로 환원한다면, 우리는 궁극적으로 모든 나머지가 그것에 의존하는 몇 안되는 간단한 원리가 있다는 사실에 도달하게 된다.

흄은 가장 확실한 원리라고 내세우는 추측과 가설을 거부하여 회의론적 입장을 취하였다. 흄은 인간의 본성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성질을 발견하는 체하는 어떠한 가설도 거부한다. 그러나 흄은 조심스럽게 제시된 가설에 대해서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중력에 관한 뉴턴의 유물론적 설명에 동의할 뿐만 아니라, 관념의 연합을 설명하기 위해 역학적 가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흄은 가설이 경험에 의존해 있고, 독단적으로 주장된 것이 아니라면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귀납의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결국 흄은 관찰에 근거하지 않은 현상(unobservation phenomena)에 대한 개념적 상태(conceptual status)를 부정하고, 모든 원인은 변수들간의 관찰된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한다는 흄의 견해는 이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반박되었다(채서일, 1990: 50).

이러한 흄의 설명에 있어서 문제점은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원인"과 "결과"를 명백하게 정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며, 둘째는 인과성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도 인과적 관계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례들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Berk, 1988: 156). 첫 번째 문제점은 흄이 인과성이나 인과관계에 본질을 규명하였지만, 정작 인과관계의 두 측면인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는 명백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한 대상이 다른 대상에 선행하고 인접하며 항구적으로 결합해 있지만, 사실상 그것의 원인이 아니라고 판명된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과관계에는 필연적인 결합이라는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단지 결정적인 관계(deterministic relationship)일 때에만 인과적 추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론은 오늘날 사회과학에서 적용하고 있는 확률적인 판단의 여지를 없게 해버린다.

홀랜드(Holland, 1986: 950)는 흄의 인과성의 세 가지 기준 중에서 항구적인 결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홀랜드는 경험조사의 인과모형에서 항구적인 결합을 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단순화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항구적인 결합을 인과모형에서 취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흔히 측정의 오차라고 불리우는 것과 관련되며, 두 번째는 더욱더 기초적으로 인과모형의 구조와 관련된 것이다. 먼저 첫 번째 문제를 살펴보자. 측정 오차는 현실의 과학적인 조사에서 항구적인 결합의 위배를 발생시킨다. 우리는 경험조사에서 "A는 B가 아니다"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A'는 B가 아니다"를 측정하기 때문에 항구적인 결합을 증명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A'가 완벽하게 A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항구적인 결합을 인과 모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항구적인 결과(constant effect)에 대한 가정을 해야하는데, 인과적인 결과(causal effect)는 항구적이지 않고 항상 변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과 모형에서 인과성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사례들을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흄은 이러한 견해는 사회학의 경험적인 분석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특히, 흄의 인과성에 대한 세 가지 조건은 인과 모형의 기본 전제를 살펴볼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를 제공해주었으며, 인과성이란 분석의 대상이지 관찰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흄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의 경험 연구들은 대체로 밀의 방법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흄과 마찬가지로 밀은 "원인은 결과보다 선행한다"는 사실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밀은 흄과는 달리 원인들을 구체화하는 명백한 분석의 절차를 밝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밀이 제시하고 있는 인과적 추론의 조건은 흄이 제시한 조건 중에서 항구적 결합 대신에 다음과 같은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결과는 원인이 되는 변수들만으로 설명이 되어야 하며 다른 변수들에 의한 설명은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험의 방법적 절차와 관련하여 외생변수의 통제를 의미한다.

이것은 밀이 원인을 추론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공변량(covariation)와 시간적 우선(temporal precedence)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였으며 동시에 제 3의 원인이 원인과 결과간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면 두 변수가 비록 인과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시간적 우선과 공변량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므로 밀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제 3의 원인을 최대한으로 통제하는 것이 원인을 추론하는데 가장 신뢰성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코헨과 네이글(Cohen and Nagel, 1934: 250)은 밀의 이러한 시각을 개념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코헨과 네이글은 밀의 시각에서 "문제(problem)는 본질적으로 경험적인 질문이며, 요인(factor)은 예측된 원인이며, 질서(order)는 경험적인 세계에서 지각된 안정적인 유형이나 관계를 언급한다"고 지적하였다.

밀은 자신의 실험 방법을 네 가지 형태의 일반적 방법으로 구체화했다. 이것은 일치의 방법(method of agreement), 차이의 방법(method of difference), 동시 변이의 방법(concomitant variation), 잔차(잔여)의 방법(the method of residues) 등이다. 일치의 방법은 여러 개의 현상에서 오직 한 개의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면 이것이 이 현상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며, 차이의 방법은 한 가지 원인을 제외하고 다른 원인들이 모두 같은 두 현상이 차이가 난다면 두 원인들 중 공통되지 않은 하나가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동시 변이의 방법은 현상들에서 위의 두 가지 관계가 관찰된다면 원인과 결과를 설명해 주는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없으므로 인과적 추론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잔차의 방법은 사전의 귀납적 방법을 통해서 이미 어떤 전례(antecedent)의 결과로 알려진 그러한 현상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Holland, 1986: 950-951).

밀의 네 가지 방법 가운데 차이법이 좀더 엄밀한 의미에서 인위적 실험의 방법이라고 지적하였으며, 일치법은 좀더 특수하게 실험이 불가능한 때 이용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주장하였다. 차이법이 보다 엄밀하게 정의된 이유는 차이법의 독특한 성격에서 유래한다. 차이법에 따르면, 우리가 조사하려고 시도하는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상황에서 다른 부분들은 정확하게 비슷하여야 한다. 이것
은 인위적인 실험에 의해서 파악될 수 있는데 밀은 "인위적 실험에 의하여 어떤 현상을 얻었을 때, 그 방법이 요구하는 것과 같은 한 쌍의 경우들을 확보하기란, 그 과정이 긴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면, 매우 쉬운 일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Mill, 1888, 차종천 역, 1990: 220).

이런 점에서 밀은 차이법을 통해서만이 우리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확실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일치법은 단지 현상의 법칙, 즉 인과법칙이 아니거나 인과문제가 당분간 결정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는 일회적인 것에 머물 것이다. 밀에 따르면, 일치법은 주로 차이법을 적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차이법이 실현불가능한 경우에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법
이다.

이러한 밀의 시각은 한 가지의 원인을 발견하기 위해서 그것을 처치한 집단과 처치하지 않은 집단을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담고 있는데, 이것은 밀이 통제집단(control group)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는 흄과 달리 하나의 원인의 효과(the effect of a cause)는 언제나 다른 원인과 관련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밀이 변수의 조작가능성을 인과관계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준거가 된다는 점을 밝혔다고 할 수 있으며, 기초적으로 인과적 추론의 과정을 소거의 과정(process of elimination)으로 이해하고 그 절차에 주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밀의 방법은 실험의 고전적인 모형을 제공해 주고 있으나, 지나치게 결정론적인 가정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밀의 방법에 있어서 첫 번째 문제점은 연구대상이 되는 변수에 대해 너무나 제한적인 규정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밀의 모형에서는 유무(有無)의 속성을 띠는 변수들만을 문제삼는데, 실제상황에서는 어떤 변수의 존재 여부보다는 그것이 지닐 수 있는 갖가지 특
성의 종류나 정도에 더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김경동·이온죽, 1986: 275).

두 번째 문제점은 과연 하나의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1 대 1의 단일적이고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첫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상호작용의 문제이다. 밀의 방법은 독립변수 X가 종속변수 Y에 홀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변수들과 함께 있는 맥락 속에서만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없다. 두 번째로 실험 처치에 고려한 변수 이외에 종속변수 Y에 영향을 미치는 미지의 변수가 실제로 작용한다 하더라도 밝혀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밀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필연적인 관계로 보는 결정주의적 시각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흄과 마찬가지로 밀 역시 결정주의적 시각에서 원인과 결과를 상호필요충분 조건의 관계로 파악하였고, 다변수(multivariate) 혹은 다요인(multifactor) 관계를 분석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밀과 흄은 공통적으로 결정론(determinism)의 문제를 미해결 과제로 후대에 넘겨 주었다고 할 수 있다(Berk, 1988: 156-157).

(2) 확률적 인과성

흄과 밀 등의 초기 사상가들은 인과성을 다음과 같은 가정에 기초해서 정의하였다. 그것은 "원인은 결과의 필요충분조건이다(Berk, 1988: 157)"라는 것이다. 이것은 의심할바 없이 모든 경험적 현상의 관계는 결정주의적 관계라는 18세기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결정주의적 시각은 자연과학 내부에서, 그리고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려는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서 비판받게 되었다.

먼저 자연과학의 경우 이러한 비판은 에렌베르크(Ehrenberg, 1977: 52-69)가 "물리적 필연성의 몰락"이라고 부르는 자연과학의 발전과정을 통해서 나타나게 되었다. 하이젠베르크(Heisenberg), 번(Born) 등에 의해서 제기된 "새로운 물리학"인 양자역학에서는 인과적 구조를 결정론적으로 기술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양자역학의 인과적 구조는 고전 물리학의 인과적 구조보다 약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본질적으로 양자역학이 확률적인 기본 법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적 법칙이나 확률적 법칙은, 만일 어떤 특정한 물리량이 어떤 특정한 값을 갖게 되면, 다른 물리량의 값들은 어떤 구체적인 확률로 분포하게 된다고 말한다. 만일 세계에 대한 기본 법칙들이 확률적이라면, 결정론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물리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Carnap, 1966, 윤용택 옮김, 1993: 280-281).

다음으로 사회과학에 자연과학의 방법을 적용하려는 입장에 서 있는 연구자들은 결정주의적 시각이 사회과학에 적용될 경우 "자유의지(free will)"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한다. 캐플란(Kaplan, 1964: 121)과 네이글(1961, 504-509)은 자유의지가 인간 활동의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결정주의적 시각하에서는 사회과학은 명백히 불가능한 것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다시 말해서, 만약 우리가
자유의지를 받아들인다면, 결정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과학적 방법을 사회 현상에 적용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실증주의적 입장에 서 있는 연구자들은 흄의 시각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결정주의적 시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폰 리히트(von Wright, 1971, 배철영 옮김, 1995: 64)는 흄 이래로 인과성은 인식론과 과학철학의 "문제아"였으며, 인과성에 대한 흄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있었고, 흄의 견해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미해결책으로 남아있는 귀납의 문제, 곧 "흄의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하였다.

새먼(Salmon, 1967, 양승렬 옮김, 1994: 85-86)은 귀납의 정당화에 대한 흄의 탐구는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되었다고 지적한다. 사실 흄이 찾고자 한 것은 참인 명제들을 지닌 귀납 추론들이 또한 참인 결론들을 가질 것임을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주어진 전제들이 참이라고 할 때 결론들 역시 참일 것임을 증명하는 일은 연역의 기능이기 때문에 흄이 귀납에 대한 정당화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것
은 당연한 일이었다. 새먼은 만일 우리가 귀납을 정당화하고자 한다면, 귀납추론들이 그 결론을 참인 것으로서가 아니라 개연적인 것으로 확립해 준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인과성에 대한 고전적인 결정주의적 해석을 확률론적인 시각으로 대체하게 하였다. 사회과학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사회(물리적) 세계를 확률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가 필수불가결한 측정오차를 인정한다면, 인과성은 결코 결정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 최근의 모든 사회과학의 인과적 모형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Bert, 1988: 158).

그러나 확률을 자연현상 또는 사회현상에 적용하는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새먼(1967)은 확률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위해 충족시켜야 할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용인가능성이다. 이것은 확률 개념들에 대한 기초적인 필요조건이 확률 연산에 의해 상술되는 수학적인 관계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는 것이다. 새먼은 확률을 연산하는 문제가 확률에 대한 기초적인 철학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것은 확률 연산에 대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해석들을 찾아내는 문제로서 우리는 그러한 해석들을 찾아내는 문제로서 우리는 그러한 해석들을 통해 확률에 대한 하나 혹은 여러 개념들을 얻을 수 있으며, 이러한 개념은 다시 경험과학과 일상사들에서 확률을 적용하는 일에 정당한 근거를 제공해 준다.

두 번째 기준은 확정 가능성이다. 이 기준은 적어도 원리적으로 확률의 정도를 나타내는 값들을 확정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한다. 이는 단지 원리적으로 조차 그 값을 찾아낼 수 없을 경우에 그러한 확률 개념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세 번째 기준은 적용 가능성이다. 적용 가능성은 확률 개념을 우리의 실천적인 예견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지침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문제와 관련된다. 예들 들어 주사위 던지기와 관련된 확률들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걸고자 하는 내기의 종류들에 중요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자 하는 지식이 확률적인 관계로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정확한 측정을 하고자 하는 모든 과학은 이런점에서 확률적인 관계를 담고 있다. 정확한 측정의 문제는 반드시 오차(error)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오차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확률론적이다. 게다가 인과적 추론의 결과들은 필연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확률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적용가능성의 기준은 확정가능성의 기준과는 대립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확률이론에서의 철학적인 난점은 확정가능성과 적용가능성 모두를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하는 데 있음에 명백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 철학자들은 인과성에 대한 확률적 해석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인과성의 확률론적인 해석을 보다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이러한 입장에 서있는 최근의 논의인 콜링우드(Collingwood)와 서프(Suppes) 등의 "인과성의 행동이론(activity theory of causation)"을 살펴보자.

인과성의 행동이론의 입장에 서있는 과학철학자들은 기존의 결정주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던 인과성에 대한 가정을 확률적인 인과성으로 대체하였으며, 일상생활에서의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주목하여 조작가능성(manipulation)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 이들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확률적으로 보았으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은 자연과학보다는 사회과학이 낮으며, 원인과 결과 사이의 시
간간격이 길수록 낮아진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인과성의 행동이론의 선구자로 꼽히는 콜링우드(1940)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원인이라는 개념은 조작가능성이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세웠다. 콜링우드는 원인이라는 용어와 효과라는 용어를 구분하였으며 원인이 사용되는 세 가지 의미를 구분하였다. 첫째, 효과가 발생하도록 동기화하는 원인에 의해 발생된 것은 의식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둘째, 원인에 의해 발생된 것의 본질은 하나의 사건이며, 원인은 효과를 발생시키거나 방지할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원인으로부터 발생된 것은 사건이나 상태이며, 그 원인은 효과보다는 우선하는 1 대 1 관계인 사건이나 상태이다.

원인과 효과의 관계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제시하였다. 첫째, 원인이 있으면 더 이상의 조건이 중족되지 않아도 효과가 일어나며, 둘째, 효과는 원인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으며, 셋째, 원인은 효과보다 앞서야 하는 것으로 이러한 선후관계가 없으면 원인과 효과를 구분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이와함께 콜링우드는 원인에 대한 조작이 효과에 대한 통제로 이어져 인과관계의 존재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였다(채서일, 1990: 56-57).

원인을 추론하기 위한 인과성과 절차의 문제를 확률적으로 정의한 대표적인 시도는 서프(1970, 1982)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서프(1970: 10)는 인과성에 대한 흄의 세 번째 가정인 "항시적인 결합"의 가정이 흄 자신의 견해를 제약하였으며, 일상적인 언어와 경험에서 인과성의 개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서프(1982: 240-242) 역시 흄과 마찬가지로 원인은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앞선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서프는 원인과 결과는 단지 시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들
이라고 지적한다. 서프의 기본적인 가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 1의(prima facia)" 원인은 본질적으로 수학적으로 0의 값에 해당하는 관계(zero-order relationship)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의에 의해서 표시할 수 있다(Holland, 1986: 952). 첫 번째, 만약 사건 Cr에 의해 조건지워지는 사건 Es의 확률이 사건 Es의 조건지워지지 않는 확률보다 클 경우 사건 Cr는 사건 Es의 제1의 원인이 된다. ( r과 s는 시간적 가치를 의미하며, 시간적으로 s가 r보다 앞선 것으로 가정한다).

P(Es | Cr) > P(Es)

두 번째, 만약 제 1의 원인보다 앞서는 어떤 사건(Dq)에 의해서 (부분적으로) 조건지워진 후에 제 1의 관계가 소멸될 경우 제 1의 원인은 허위적(spurious) 원인이 된다. (여기에서는 시간적으로 q < r < s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가정한다).

P(Es | Cr, Dq) = P(Es | Dq) and P(Es | Cr, Dq) ≥ P(Es | Cr)

마지막으로 세 번째, 만약 제 1의 원인이 허위적인 원인이 아닐 경우 제 1의 원인 C는 사건 E의 순수한(genuine) 원인이다(Berk, 1988: 158).

이러한 가정은 40년동안 사회학자들에 의해서 일상적으로 사용된 편파적인 전략, 곧 만약 변수들간에 특별한 연관성이 소멸했다고 가정한 후(변수들간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가정) 통제변수를 도입하는 것과 다를바 없으나 이러한 편파적이고 부분적인 전략의 철학적인 토대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러한 철학적인 토대는 사회 세계에 대한 확률적 관점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3) 경험조사에서의 인과적 추론

도구적 실증주의는 인과관계에 관한 기본적인 가정을 발전시켰다. 결정주의적 인과성에서 확률론적 인과성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이후, 흄으로부터 시작되었던 인과성의 기본 가정들은 사회과학의 인과관계를 규정하는 공통적인 부분으로 정리되었다. 사회과학에서 인과성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기본 조건을 필요로 한다. 첫 번째는 공분산성(covariation)이다. 한 변수의 체계적인 변화나 차이
가 다른 변수의 변화나 차이를 동시에 수반해야 한다. 공분산은 여러 가지 형태를 띠게 되는데 정적(+), 부정(-)인 선형관계나 혹은 비선형관계(nonlinear relation) 등이 존재한다.

선형적 관계의 경우, 어떤 변수의 값이 증가할 때, 다른 변수의 경우 선형적인 형태로 늘거나 줄어들게 된다.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변할 때 그 관계는 정적 혹은 정비례적인 공분산이 있다고 한다. 어떤 변수의 증가가 다른 변수와 선형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관계에 있을 때, 부적 혹은 역비례적인 선형적 공분산이 있다고 한다. 비선형적 관계는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가장 단순한 것은 그래프로 표시할 때 포물선과 같은 비선형적 형태이다. 이것은 즉 종속변수 X의 값이 증가할 때 독립변수 Y의 값이 증가하다가 그 후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시간적 순서의 문제이다. 인과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특정 독립변수의 변화가 종속변수의 변화보다 시간적으로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간적 순서는 인과관계에서 필수적인 비대칭성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강우량과 작물성장의 예는 시간적 순서를 함축하고 있다. 풍작을 예상함에 있어 우리는 지난 겨울이나 봄의 강우량을 바탕으로 하지, 추수 후의 강우량을 토대로 하지 않는다. 예들 들어 사회이동 및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인과적 연구는 부모들의 지위와 자녀들의
직업간의 시간적 순서에 대한 지식을 적용함으로써 급진적인 발전을 보았다(Bohrnstedt and Knoke, 장상희·홍동식 역, 1984: 428).

세 번째는 비허위성의 문제이다. 두 변수가 공분산성을 가지고 있고 시간적인 순서가 확인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제3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변수 Y와 X간의 관련성은 다른 공통된 다른 공통적인 원인으로부터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도구적 실증주의는 이와같은 세 가지 기본 조건을 바탕으로 모든 현상을 그것에 선행하는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과학의 목표를 그 원인을 밝혀내는데 두었으며, 이를 분석하여 인과론적 법칙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사회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관계가 있는 요인'만을 '관계가 없는 요인'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 도저히 불가
능하다는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Bisbee, 1973: 378). 이와같은 극단적인 견해 이외에도 사회적 법칙의 정립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즉 물리법칙의 경우 소수의 몇 개 변수로 이루어지는 비교적 간단한 해석함수가 가능한데 비하여, 사회현상은 지극히 복잡한 상호관계의 유형으로 얽혀있는 수많은 변수를 다루어
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능력의 제한성을 고려하면 법칙의 정립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과정이 결국, 도구적 실증주의의 발전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자는 회귀분석에서 다중공선성(multicollinearity)의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이것은 단계적 선택방법(stepwise seletion)을 통해서 이를 살펴볼 수 있으나, 경로분석의 등장을 통해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경로분석은 회귀분석과는 달리 각각의 독립변수들이 종속변수에 대해서 가지는 직접효과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효과, 허위적 효과까지 분해해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귀분석이 가지는 설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추론 가능성(inferential possibility)의 문제로, 도구적 실증주의자들은 단일요인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대신 중다인과성(multiple causation)을 제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중다인과성은 한 종속변수의 변화를 설명하는 여러 개의 독립변수들이 인과적으로 중요함을 밝히는 것이다. 회귀분석에서 중다회귀방정식(multiple regression equation)의 등장이나, 다변량분석의 발전, 그리고 경로분석과 구조 방정식 모형의 등장은 모두 중다인과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이론 중심주의적인 방법론의 발전을 요인분석과 경로분석, 그리고 구조 방정식 모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이것은 각 방법론적 기법들이 인과적 추론의 문제를 보다 분명하게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로 바뀌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IV. 경험조사에 있어서 이론 중심주의

(1) 탐색적 요인분석에서 확인적 요인분석으로

요인분석은 분석의 단위들간의 차이점과 그 단위들의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통계적·수학적 기법이다. 이 방법의 주요한 목적은 자료에 기초해서 잠재적인 공통 요인들의 묶음을 확정하는 데 있어서 과학적 엄밀성을 기하는 것이다(Alwin, 1992).

요인분석은 영국의 스피어만(Spearman, 1904: 1927)에 의해서 발전하였다. 스피어만은 요인분석을 단순히 자료 축소이기에 앞서 측정된 자료속에 들어있는 내용적 구조를 찾아내는 수학적 방법으로 보았다. 스피어만의 유명한 지능의 두 요인 모형(bi-factor model)은 능력에 대한 모든 측정에 공통된 일반요인(general factor)과 테스트에서 독특하게 발견되어진 특수요인(specific factor)을 나누
어 측정하는 것이다. 예들 들어 인간의 연산 능력을 테스트해 본다면, 연산 능력은 지능의 일반적인 요인과 연산에 대한 소질이라는 특수한 요인에 의해서 부분적으로 영향받을 것이다.

요인분석은 스피어만 이후 피어슨(Pearson), 버트(burt), 톰슨(Thompson), 가네트(Garnett) 등의 학자들에 의해서 영국에서 활발하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다요인 분석(multiple factor analysis)이 보편화되면서, 다요인이론을 처음으로 제기한 미국의 써스톤(Thurstone, 1938)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써스톤은 요인분석, 검사이론, 다차원척도법 등 현대의 사회과학의 자료분석이론에 크게 기여하였다. 다요인 분석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기한 것은 가네트였으나, 서스톤은 다요인 분석기법을 대중화하는데 기여하였다(Harman, 1976)

럼멜(Rummel, 1970)은 써스톤의 공헌으로 크게 보편화된 다요인 분석이 오늘날 훨씬 더 지배적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1960년대 말까지 요인분석은 자료내의 어떤 요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없이, 단지 어떤 요인이 있는지 탐색할 목적으로 실시하는 탐색적 요인분석(exploratory factor analyssis)이 지배적이었다. 어떤 분야에서건 확실한 이론의 개발이 아직 안되어있는 경우 탐색적 요인분석은 아주 유용한 도구였다.

그러나 만일 일단 어떤 요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 또는 기존의 연구가 있을 경우, 자료를 통해 그것을 확인해보는 요인분석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인데, 이 새로운 방법은 스웨덴의 요로스콕(J reskog)에 의해서 발전되었다. 확인적 요인분석은 이미 설계되고 가설화된 요인구조 혹은 이론구조를 경험 자료에 적용시켜 잘 맞는지 안맞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확인적 접근은 더욱더 이론 지향적(theory-driven)이며, 탐색적 접근은 자료 지향적(data-driven)인 성격을 갖고 있다(Alwin, 1990).

확인적 요인분석의 등장과 함께 1960년대와 1970년대 사회과학에서 인과적인 모형을 도입되기 시작하면서(Blalock, 1964; Duncan, 1966, 1975; Heise, 1968), 축소상관행렬의 분해를 통해 공통요인만을 추출하는 공통요인 모형(common factor model)이 사회과학에서 사용되었다. 사회과학의 경우 측정에 있어서 고유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고유요인을 제거하고 공통요인을 뽑아내는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사회과학에서 '개념'은 사물의 여러 가지 행동을 통해서 나타나게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개념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행동,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동, 또는 서로 의사소통하는 행동 등 여러 분야에서 각기 다르게 표현된다. 그러므로 사랑을 재기 위해서 여러 개의 측정변수가 필요하고 각 측정변수에는 '사랑'을 나타내는 부분 뿐만 아니라
측정변수 특유의 성격등이 포함된다. 이것은 사람의 '키'를 잰다고 할 때 막대기를 사용하여 키를 잴 경우 극소한 측정오차를 제외하고는 그 수치의 거의 전부가 '키'라는 물리적 개념의 양을 나타내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이순묵, 1990: 33). 이런 이유로 해서 자연과학의 자료는 주성분 모형(principal component model)을 사용하나, 사회과학의 자료는 대체로 공통요인 모형을 사용한다.

확인적 요인분석의 발전과 공통 요인 모형의 등장은 탐색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졌던 경험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론 중심적인 방법론적 기법을 발전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확인적 요인분석은 이후 구조 방정식 모형의 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보렌(Bollen, 1989)에 따르면, 구조 방정식 모형은 관찰변수와 잠재변수의 관계를 규명한 확인적 요인분석의 발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2) 회귀분석에서 경로분석으로

회귀분석은 두 개 이상의 변수들간의 관련성을 찾아내기 위하여 사용되는 분석기법으로 변수들간의 관계식인 회귀방정식을 찾아내고, 이 회귀방정식의 정확도 등을 검토하는 통게적 방법을 가리킨다(홍두승, 1987: 241).

회귀방정식은 관찰된 종속변수의 변화를 포괄하는 정도를 다중상관자승치(squared multiple correlation, R-square)로 표시한다. 다중상관자승치는 0과 1사이에 있으며, 1에 가까울수록 종속변수의 움직임을 많이 포괄해주는 또는 정확하게 예측해 주는 회귀방정식이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자들은 다중상관자승치를 높이기 위해 예측변수를 많이 포함하는 회귀방정식을 제시하고자 했다. 예측변수가 두 개 이상인 회귀방정식을 중다 회귀방정식(multiple regression equation)이라고 하며, 예측변수가 한 개인 경우에 비하여 그 추론 가능성(inferential possibility)을 높여준다.

중다 회귀방정식이 다중상관자승치를 높여주기 때문에 추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중다 회귀방정식은 예측변수들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구조를 나타낸다고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갖는다. 회귀방정식에서 회귀계수는 각각의 예측변수가 종속변수에 대해서 가지는 직접효과만을 나타낸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예측변수들이 가지는 직접효과는 물론 간접효과, 허위적인 효과(spurious effect)까지 분석할 수 있는 것이 경로분석(path analysis)이다.

회귀분석에서는 예측변수(predictors)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다루어져 그들간의 함수적인 관계가 있을 경우에도 그냥 하나의 회귀방정식(regreession equation) 속에 묻혀서 결과변수의 값을 예측하 는 데에만 공헌할 뿐이지만, 경로분석에서는 변수들간의 연결관계(network of relationship)가 가정되고 검증됨으로써 변수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설명을 쉽게 해준다(이순목, 1990: 20).

경로분석은 유전학자인 롸이트(Wright, 1918, 1921, 1934, 1960)에 의해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롸이트는 경로분석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었는데, 그것은 경로 도식(path diagram), 잔여항과 상관 또는 공분산들의 방정식, 효과의 분해이다. 첫 번째 측면인 경로 도식은 연립방정식의 체계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모든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경로 도식은 연립방정식으로 풀이할 수 있으며(두 번째 측면), 이 연립방정식은 직접 효과와 간접 효과, 그리고 총효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직접효과는 어떤 다른 변수의 작용없이 어떤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값이며, 간접효과는 다른 중개 변수를 통해서 영향을 미치는 값이고, 총효과는 직접효과와 모든 간접효과의 값을 말한다.

경로분석에서는 모든 변수들간의 "이론적으로 필요한" 경로들을 일단 모두 고려 대상에 넣는 데 반해서 회귀분석은 모든 예측변수들이 결과변수에 대해 가지는 직접효과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경로분석에서 이론적으로 필요한 경로는 개념적으로 제시되는 이론 구조(theory structure)에서 그 존재가 가정되는 경로들을 말한다.

하나하나의 경로표시가 이론적 가설들을 나타내고, 이러한 가설들의 집합체인 경로분석을 경험적으로 수집된 자료에 의해 그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경로분석을 통한 이론의 검증이 되는 것이다.

경로분석은 추론의 타당성을 가지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본 가정들을 전제로 한다(Pedhazer, 1982: 582).

① 변수들간의 구조관계는 직선적(linear)이고 합산적(additive)이다.
② 각각의 잔여항 변수는 경로도식 내에서 자신보다 먼저 발생하는 변수들과 상관되어 있지 않다. 이는 잔여항 변수들간에도 상관이 없음을 의미한다.
③ 경로도식 내의 관계는 일방향(one-way)이다. 이는 경로도식에서 변수들간에 서로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두 개의 화살표가 없음을 의미한다.
④ 변수의 측정은 완벽하다. 즉 이론변수를 측정함에 있어서 하나의 측정변수만이 사용되므로, 그 이론변수의 측정에 오차가 없음을 가정한다.
⑤ 변수들은 적어도 서열 척도의 수준에서 측정되었다.

이러한 경로분석의 가정들은 현실적이기 보다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설명을 위한 유용한 방법인 경로분석의 결점으로 작용한다. 구조방정식 모형은 경로분석의 비현실적인 가정들을 해소하는 방법론적인 진일보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구조 방정식 모형은 경로분석의 가정 중에서 3 가지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위력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회귀분석에서 경로분석으로의 발전 역시 앞서 살펴 본 탐색적 요인분석에서 확인적 요인분석으로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로의 전환을 엿볼 수 있다. 회귀분석은 연구자가 변수들간의 관계를 통제할 수 없었다면, 경로분석은 연구자가 변수들간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상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3) 경로분석에서 구조 방정식 모형으로

보렌(Bollen, 1989: 4-9)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구조방정식 모형의 발전과정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경로분석(path analysis)의 세련화이며, 두 번째는 잠재변수(latent variable)와 측정모형의 개념적 종합이고, 세 번째는 일반 추정절차(general estimation procedures)의 발전이다.

먼저 첫 번째로 경로분석의 세련화를 살펴보자. 경로분석은 가설적인 인과적 체계 하에서 변인들의 효과에 대한 경험적 추정을 가능하게 해 주는 양적 자료의 분석방법이다. 이러한 경로분석은 초기에 사회과학자들과 통계학자들에게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으며, 롸이트의 저작은 1960년대까지 사회학에서 무시되어 왔다(Bollen, 1989: 6). 이런 와중에서 몇몇 학자들(Blalock, 1961; Boudon,
1965; Duncan, 1966)이 경로분석의 잠재성을 확인하였고, 비실험 자료를 분석하는 수단으로써 "부분상관(partial-correlation)" 기법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던컨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까지 경로분석의 도식을 사회학 연구에 직접 적용하는 여러 논문을 사회학 잡지에 발표하였고 이것이 커다란 호응을 얻으면서 대중적인 분석방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후 경로분석은 비현실적인 가정들을 소거해 가는 발전과정을 겪었으며, 이러한 경로분석의 세련화 과정은 결국, 구조 방정식 모형의 등장을 예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잠재변수와 측정모형의 개념적 종합은 구조방정식 모형의 현대적 기법에 있어서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어만(Spearman, 1904)에 의해서 제시된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은 관찰변수에 의해서 추정되는 잠재변수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이 분석의 핵심적인 부분은 우리가 현재 측정모형(measurment model)이라고 부르는 것에 집중된다. 이 분석은 잠재변수간의 관계에 관해서는 아무런 해답을 줄 수 없지만, 관찰변수와 잠재변수의 관계를 밝혀준다는 강점을 갖는다.

이러한 요인분석의 발전은 이론적인 모형을 관찰할 수 없거나 측정할 수 없는 변수를 조작적 개념 정의와 구체적인 관찰변수들의 종합을 통해서 추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특히, 확인적 요인분석의 발전은 이론적인 맥락에서 관찰변수와 잠재변수의 관계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후 구조 방정식 모형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일반 추정절차의 발전은 구조방정식 모형의 세 번째 특징으로 초기의 임의적인(ad hoc) 추정과정을 대체하는 일반화의 과정을 의미한다. 초기의 경로분석을 적용하고 롸이트의 작업에 영향받은 사회학자들의 작업은 특징수(paramates)들의 추정을 포기하는 임기응변식의 추정방식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통계적인 추론이 아니며 특징수를 추정하는 최적의 방식도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갖는다. 추정절차의 일반성의 문제는 수리경제학(econometrics)과 수리심리학(psychometrics)으로부터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받아들여지면서 여러 학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다. 수리경제학에서 골드버거(Goldberger, 1964) 등은 관찰변수에서 구조방정식을 구하는 추정자의 본질을 잘 규정하였으며, 수리심리학에서 로리(Lawley, 1940), 앤더슨과 루빈(Anderson and Rubin, 1956), 요로스코(J reskog, 1969) 등은 요인분석에서 가설 검증을 위한 토대를 세우는데 앞장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특징수, 특히 미지수를 계산해내는 기법들이 발전하였으며, 보통최소자승법(unweighted least square method), 일반최소자승법(generalized least square method), 최대가능법
(maximum likelihood method) 등의 방법이 등장하였다.

구조 방정식 모형은 이러한 세 가지 측면에서의 방법론적 발전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구조 방정식 모형은 요인분석과 경로분석의 장점들을 합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 간략하게나마 구조 방정식 모형의 내용을 살펴보자(Bollen, 1989; J reskog and Sorbom, 1989; 이순묵, 1990; 차종천, 1991).

가장 일반적인 수준에서 구조 방정식 모형은 두 가지의 하위모형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잠재변수(latent variables)들간의 구조 관계를 나타내는 구조모형(structure model)이고, 다른 하나는 잠재변수들을 관찰된 지수(observed indicators)들과 연결하는 측정모형(measurement model)이다. 구조모형은 기존의 경로모형의 도식과 마찬가지로 이론구조를 나타내며, 측정모형은 확인적 요인분석의 잠재변수와 요인과의 관계와 동일한 형태를 취한다.

각 모형의 방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대법과 관련된 공분산대수(covariance algebra)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두 변수 X와 Y의 공분산 Cov(X, Y)는 수학적으로는 E[(X - x) (Y - y)] 라고 정의하는데, 각 변수의 평균으로부터의 편차들의 곱의 기대값을 가리킨다. 이것은 X - x = x, Y - y = y 라는 평균편차형 변수들의 곱의 기대값인 E(xy)가 된다. 공분산대수의 법칙은 영의 법칙(null rule), 상수법칙(constant rule), 분산정의(variance definition), 합법칙
(sum rule)의 네 가지 법칙들로 이루어져 있다(Duncan, 차종천·장상수 옮김. 1994: 5).

이를 바탕으로 구조모형의 기본적인 수식을 살펴보자. 우리는 결정관계를 가정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수식을 먼저 제시할 수 있다.

y1 = f(x)
y1 = γ11x1

이것은 두 변인간의 관계를 결정주의적으로 보는 것으로 우리는 여기에서 x 변인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전제로 한다. 이 부분을 우리는 흔히 교란항(disturbance)이라고 부른다. 교란항을 고려하여 구조모형의 수식을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y1 = γ11x1 + ζ1

여기에서 일반적인 가정은 변수 x와 요란항 ζ의 기대값은 0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구조 방정식 모형의 첫 번째 가정으로 하나의 모형 속에서 교란이 원인 변수들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가정을 말한다.
이를 다시 중다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y1 = γ11x1 + γ12x2 + … +γ1qxq + ζ1
y1 = Υ1x1 + ζ1

여기에서 일반적 가정은 앞서 살펴본 공분산대수의 법칙대로 COV(x,ζ1) = 0 이라는 점이다. 여기까지는 경로분석의 방정식과 동일하다. 이제부터 변수 x와 변수 y가 관찰변수가 아닌 잠재변수로 고려한다면, 다음과 같은 각 관찰변수들의 행렬로 치환해야 한다.

ξ= + Υ + ζ

이 행렬식에서 (eta)는 잠재적 내생변수(latent endogenous variables)이고, (beta)는 이러한 잠재적 내생변수간의 구조모수(structural parameters)의 행렬이며, Υ (gama)는 잠재적 내생변수가 잠재적 외생변수(latent exogenous variables)에 미치는 영향을 마타내는 구조모수의 행렬이고, ξ(ksi)는 잠재적 외생변수, ζ(zeta)는 앞서 살펴보았던 교란항의 벡터이다. 이 식에서 괄호 속에 표시한 것은 각 행렬의 행과 열의 개수를 지칭하는 것이다.

결국, 경로분석과 구조방정식 모형의 차이는 경로분석에서는 관찰변수 자체가 이론변수인데 반해서, 구조방정식 모형에서는 관찰변수들의 관계식을 전제로 한 잠재변수가 이론변수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론변수간의 관계는 경로분석이나 구조방정식이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측정모형을 살펴보자. 측정모형은 내생변수와 외생변수들 각각과 관련된 두 가지의 방정식이 나오게 되는데, 두 방정식의 기본 도식은 동일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외생변수의 방정식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일련의 과정들은 앞서 살펴본 구조모형과 동일하다.

먼저 기본적인 수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x1 = λ11ξ1

이 역시 확률론적인 방정식으로 치환하면, 교란항이 포함된다.

x1 = λ11ξ1 + δ1

이를 다시 중다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x1 = λ11ξ1 + … + δ1
x1 = Λ1ξ + δ1

이를 행렬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x = Λx ξ + δ
(q 1) (q n) (n 1) (q 1)

내생변수의 경우도 이와 동일하다.

y = Λy +
(q 1) (q n) (n 1) (q 1)

두 식에서 x와 y는 각각 잠재적 외생변수들의 지수벡터, 잠재적 내생변수들의 지수벡터이며, δ(deta) 와 (epsilon)은 측정오차의 벡터들이고, Λx (lamda X)와 Λy (lamda Y) 회귀계수의 행렬들을 의미한다.

측정모형은 요인분석 중에서 확인적 요인분석의 정교화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인분석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연구가 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다면, 구조 방정식 모형은 잠재변수에 대한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분석의 강점을 활용하여 설명을 위한 연구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방정식 모형은 앞서 살펴보았던 경로분석에서 필요했던 다섯 개의 가정 중 세 개의 가정을 필요없게 만든다. 첫 번째는 이론변수가 하나의 측정변수에 의해 완벽하게 측정되어야 한다는 가정을 버릴 수 있다. 구조 방정식 모형은 즉 여러 개의 측정변수를 사용해서 그 공통적인 의미를 이론변수로 정의한다.

이론변수가 어떤 물리적인 사물의 양에 대한 것이라면 완벽한 측정이 가능 하겠지만, 사회과학의 이론변수들은 대체로 직접관찰이 불가능한 가설적인 개념들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의 가설적 개념을 측정하는 데는 이 개념의 외적 표시라고 할 수 있는 관찰가능한 변수들을 실제로 관찰하고 그들의 공통적인 부분을 수학적으로 추출하여 이론적 변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요인분석의 논리를 구조 방정식 모형에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경로분석에서 인과성의 흐름이 일방향으로 정의함으로써 이론변수간의 관계를 가설화하는 데 너무 제한적인 반면, 구조 방정식 모형은 이 일방향의 가정을 버리고, 이론변수간의 관계가 상호적(reciprocal)으로 표시되는 것을 허용한다.

세 번째는 경로분석에서 잔여항 변수간의 상관이 없다는 가정을 구조 방정식 모형에서 무시할 수 있다. 두 내생변수에 동시에 직접효과를 가지는 허위적인 변수가 모델상에서 표시되지 않을 경우 두 내생변수의 허위적인 변수가 0이 아닌 상관이 생기며, 구조 방정식 모형에서는 이를 모델에 표시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구조 방정식 모형은 사회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실험자료의 분석을 통한 이론 개발 및 검증에서 단연코 선호되고 있는 실정이다(이순묵, 1990: 14). 구조방정식 모형에서 이론변수와 측정변수가 구분되어 사용되는 것은 이 방법이 회귀분석이나 경로분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론 구조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구조 방정식 모형 역시 한계점이 존재한다. 구조 방정식 모형의 문제점으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모형에 대한 반증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론에 근거하여 아무리 그럴듯한 모형이 선택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모집단에 존재하는 참 모델(true model)인지 아닌지를 논증할 수 없다. 이점은 특히, 동치모형(equivalent model)의 문제점과 연결된
다(Stelzl, 1986; J reskog and Sorbom, 1989). 우리는 주어진 이론변수들을 가지고 포화된 이론모형을 수없이 만들 수 있다. 이들 상이한 형태의 포화된 이론모델들에 같은 형태의 측정모형이 결합되어 있을 경우 각각의 구조 방정식은 동치모형이 된다. 이 동치모형들을 주어진 자료에 적용할 경우 전반적 지수는 동일한 값을 보인다. 즉, 경험자료에 적용시키는 것은 이들 동치모형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결국 동치모형간에는 동일한 값이 제시되기 때문에 어느 모형이 가장 참 모형인가를 제시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밴틀러(Bentler, 1980)는 과학자의 목적이 참 모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충분하면서도 간명하게 설명하는 모형을 찾는 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두 번째는 구조 방정식 모형이 임의로 잠재변수를 통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방법론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이것은 잠재변수를 "이름짓는 데" 있어서 자의성의 문제와 관련된다. 곧 정의의 문제로, 연구자 정의하기 나름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문제점은 자료 분석시의 경험적인 문제로 도구적 실증주의자들은 이에 대해서 이론적 배경을 통한 검토나 과거의 경험 조사를 통한 예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Berk, 1988: 163).

세 번째는 구조 방정식 모형의 추정은 관찰변수가 다중 정규분포를 가지지 않을 경우 가치가 없다는 문제점이다. 구조 방정식 모형은 경로분석에 비해서 보다 다양한 변인들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으나, 성별, 지역 등과 같이 중요한 변수들을 연속변인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모형에 적용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갖는다.

이에 대해서 도구적 실증주의자들은 명목변인들을 고려하는 방법론적 기법을 발전시켰는데, 범주적 자료 기법(loglinear model, logit model)들과 다중 명목변인에 대한 분석기법(multinomial response model)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시각에서 구조 방정식 모형은 단지 비실험 연구, 곧 경험조사에서만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비판받는다(Bollen, 1989). 이와 관련하여 홀랜드(Holland, 1986)를 비롯하여 지젤(Zeisel, 1982), 로시 연구팀(Rossi and Berk and Lenihan, 1982) 등은 실험방법과 경험조사의 방법 사이의 인과적 효과(causal effect)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조작가능성(mulipulation)이 없는 비실험방법에서 인과적 추론이 가능한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담고 있는 이 논쟁은 인과적 추론의 엄밀성과
관련하여 실험 방법이 우위를 점하는가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도구적 실증주의자들은 경험조사 뿐만 아니라 실험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분석기법의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일반 선형모형(generalized linear models)은 실험과 경험조사 모두에 적용될 수 있고 회귀분석과 분산분석(ANOVA) 등의 선형 모형을 통합하는 방법론적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McCullagh and Nelder, 1983).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구조 방정식 모형은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로의 전환에 정점에 서 있으며, 흄과 밀로부터 시작되었던 사회과학에 있어서 인과적 추론의 문제를 경험조사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대안적인 방법론으로서의 성격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V. 결론

지금까지 이 글은 경험조사에 있어서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로의 전환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서 이 글은 먼저 도구적 실증주의의 발전과정을 논하고, 이어 이론 중심주의로의 전환에 있어서 중요한 배경이 되었던 인과적 추론의 발전과정을 살펴보았다.

제 2 장에서는 어떻게 미국의 도구적 실증주의가 초기에 귀납적인 경험주의 방법에서 이론 검증의 방법을 발전시켰는가를 논하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내외적인 방법론적인 비판 속에서 등장한 수리사회학 또는 형식사회학은 그동안 탐색적인 분석 수준에서 이루어졌던 경험조사를 엄밀한 의미에서 설명적인 분석으로서의 경험조사로 바꾸어 놓았다. 구조 방정식 모형의 등장은 이러한 특
징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제 3 장에서는 경험조사에서 있어서 인과성의 추론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논의하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인과성에 대한 철학적, 인식론적 논의들을 살펴보았고, 경험조사의 인과적 추론의 세 가지 전제들을 논의하였다. 흄과 밀의 결정주의적 인과성에서부터 확률적 인과성으로의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경험조사에서의 인과성을 논하였고, 이에 대한 비판과 옹호 모두를 점검하였다.

제 4 장에서는 구체적으로 경험조사에 있어서 이론 중심주의가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는가를 살펴보았다. 제 1 절에서는 먼저 요인분석을 다루었다. 요인분석의 경우 초기에 탐색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탐색적 요인분석에서 이론 검증을 위한 확인적 요인분석으로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 2 절에서는 예측변수를 하나의 그룹으로 다루어 그들간의 함수적인 관계를 규명하지 못했던 회귀분
석에서 예측변수들간의 연결관계를 이론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경로분석으로의 발전과정을 살펴보았다. 제 3 절에서는 구조 방정식 모형의 발전을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하고, 구조 방정식 모형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 후 구조 방정식 모형의 장점과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 글은 도구적 실증주의의 발전과정을 사회학사적으로 고찰해 봄으로써, 이론과 방법론을 단절적으로 사고했던 그동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통계적 방법론의 발달이 단순히 기법의 정교화가 아니었음을 밝히는데 목적이 있었다.

이 글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회학사적으로 도구적 실증주의의 구체적인 발전과정을 살펴보았으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앉고 있다. 첫 번째는 미국의 경험주의 사회학의 발전을 '도구적 실증주의'라는 단일한 틀 내에서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1960년대 이전까지의 경험주의 사회학과 1960년대 이후의 수리사회학 혹은 형식사회학간에 연속성 보다는 단절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도구적 실증주의 내에서도 과학의 단일성에 관한 입장의 차이가 나고 있으며, 형식주의 대 실용주의간의 대립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단일한 틀로 보는 데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인과적 추론에 대한 논의에서 최근의 방법론적인 쟁점인 실험과 경험조사간의 인과성의 문제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과적 추론의 논리는 실험 방법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에 대한 논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인과성에 대한 추론이 조작가능성으로부터 나온다는 주장과 연결되는 데,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현실적으로 변수에 대한 조작이 가능하지
않은 경험조사의 경우 인과적 추론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세 번째 문제점은 이 글에서 "통계(수리사회학)는 이론인가, 아니면 방법인가?(Collins, 1988)라는 질문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론이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연관되어 있다. 이 논문은 단지 방법의 측면에서 미국의 도구적 실증주의가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로 바뀌었음을 설명하고 있을 뿐, 도구적 실증주의가 방법론적 입장인지, 이론적 입장인지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글에서는 수리사회학이 하나의 이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였다.

실증주의적인 수리사회학은 이론적인 작업과는 무관하게 방법론적 기법의 개발만을 해오지는 않았으며, 명목론이나 과학적 통합성 등 나름의 이론적 입장을 가지고 발전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미국의 도구적 실증주의가 초기의 단순한 탐색적 수준의 방법론에서 이론 검증을 위한 설명적 수준의 방법론의 개발로 나아갔으며, 이것은 경험 중심주의에서 이론 중심주의로의 전환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음을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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