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의 맥도날드화

What is Mcdonaldization?

"리처의 맥도날드화"

Ritzer, G. 1996.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 Pine Forge Press. 김종덕 옮김. 1999. "맥도날드와 맥도날드화 ". 시유시.

미국의 사회이론가이자 '일의 사회학(sociology of work)'의 권위자인 리처는 맥도날드 신화를 창조한 레이 크록(Ray Kroc)의 패스트푸드점 운영방식인 프랜차이즈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맥도날드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 경향을 경고하는 [사회의 맥 도날드화]란 저서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래의 직업 세계와 여가 문화에 관한 주장중에서 미래학자와 포스트모던니스트들 의 낙관론과 대비되는 비관론적 전망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994년 초판 발간이후 현재 이 책은 미국의 200여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고 있으며, 7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다음은 그의 핵심 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본서의 1장 "맥도날드화란 무엇인가"을 요약 발제한 것이다.

맥도날드화란 무엇인가

맥도날드화란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 사회와 그밖의 세계의 더욱더 많은 부문들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이다. 맥도날드화는 패스트푸드점업뿐만 아니라 교육, 노동, 의료, 여행, 여가, 다이어트, 정치, 가정 그리고 사실상 사회의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맥도날드화는 도저히 침투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제도와 세계의 여러 부분에서도 그 모습을 드 러내고 있다.

맥도날드의 성공은 너무나 분명하다. 미국 내 맥도날드의 93년 총 매출액은 236억 달러이며 수익은 약 11억 달러에 이르고 점포 당 연형균 매출액은 약 160만 달러나 된다. 많은 사업가들이 이러한 매출액과 수익을 부러워하며, 맥도날드의 성공과 겨루기 위 해 애쓰고 있다. 93년 말 현재 맥도날드는 세계 각지에 약 1만 4천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도날드화의 영향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 맥도날드 모델(프랜차이즈 방식)을 채택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성장(버거 킹, 웬디스, 서브웨이 등)
- 맥도날드 모델이 저가 패스트푸드점 외에 좀더 많은 메뉴를 갖춘 고가의 고급신당인 전문음식점까지 확산(아웃백 스테이크하 우스, 치치스 앤 칠리스 등).
- 맥도날드의 세계 진출 확산
- 미국식 제도(맥도날드)의 변형적인 모델이 전세계에서 등장(프랑스의 크라상 음식점, 인도의 니룰라스(Nirula's) 체인점 등).
- 다른 나라에서 성장한 맥도날드화된 기업의 미국 진출(영국의 보디숍)
- 보디숍의 예에서처럼 다른 유형의 기업들도 필요에 의해 점차 패스트푸드업의 원리를 적용(토이즈러스, 키드스포츠 펀, 피트 니스 크럽, 지피 윤활유, 반즈 앤 노블, 월마트 등)
- 미국 전체 점포의 약 10퍼센트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며, 이들이 현재 미국 전체 소매업게 매출약의 40%를 차지

아메리카의 상징으로서의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대중문화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신문들은 패스트푸드업의 발전을 앞다투어 보도한다. 패스트푸드점들 은 또한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맥도날드와 일체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성시되기까지한다. 모스크바에서 맥도날드가 생겼을 때 한 저널리스트는 맥도날드를 "미국적인 것의 궁극 적인 표상"으로 묘사했는가 하면, 어떤 노동자는 "천국의 기쁨을 맛보는 샤르트르 대성당 같은 곳"이라고 찬양한 다. 코윈스키(Kowinski, W. 1985)는 패스트푸드점들이 딸려 있는 쇼핑몰을 두고 사람들이 "소비교(consumer religion) "에 예배드리러 가는 현대식 '소비교 교회'라고 일컬었다. 이와 비슷하게 맥도날드화된 사회의 또다른 핵심요소인 월트 디 즈니 월드에 놀러가는 것은 "중산층의 성지순례, 성도로서의 의무적인 방문"으로 기술했다.

사실상 모든 미국인과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황금 아치를 부지런히 들락거린 덕분에 맥도날드는 오늘날 높은 위상을 갖게 되 었다. 취학연령 아동에 대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96퍼센트의 응답자가 로날드 맥도날드를 알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산 타클로스 다음이었다.

여러 해 동안 맥도날드는 사람들에게 여러 면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 왔다. 가게는 깔끔하며, 음식은 신선하고 영영가 있고, 종 업원들은 젊고 성실하며, 지배인은 상냥하고 친절해 보이고, 먹는 것 자체는 즐거움이 넘친다는 식으로 말이다.

맥도날드화의 긴 팔

맥도날드는 자신의 영역을 미국 사회 안팎으로 확장하느라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이는 맥도날드 회장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의 목표는 전세계적으로 즉석 서비스 음식점 산업을 완전히 지배하는 것이다. 나는 맥도날드가 선도자 이상 이기를 원한다. 나는 맥도날드가 지배하기를 원한다."

맥도날드는 원래 교외와 중소도시를 겨냥하여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전세계에 걸쳐 그런 음식점으로는 장사가 될 것 같 지 않은 대도시와 조그만 마을에까지 들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곳에도 패스트푸드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은 패스트푸드를 구입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벗어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있다. 패스트푸드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점점 늘어나 주유소, 호테르 공항, 심지어 비행기의 기내식단에까지 등장했다.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나타나는 패스트푸드점의 영향은 아주 분명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간과할 정도는 아니다. 맥도날드 와 기타 패스트푸드점이 고등학교와 직업학교에는 등장했지만, 아직 중학교 이하로까지는 못 내려갔다. 하지만 많은 학교 식당들 이 패스트푸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식당의 메뉴와 절차를 바꾸고 있다.

맥도날드는 많은 타업종이 맥(Mc)으로 시작하는 별칭을 차용할 정도로 대표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그 예로는 가벼운 치통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때 따로 예약하지 않고 찾아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고안된 맥치과(McDentist)와 맥닥터(McDoctor), 킨더 케어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맥어린이집, 전국에 퍼져 있는 웨인 루커스의 경주마 훈련ㄴ당인 맥훈련장, U S 투데이와 같은 맥신문 등이 있다. 맥도날드와 패스트푸드점의 파생물로 독자적인 성공을 거둔 US투데이의 편집장은 "우리 를 맥신문이라 조롱하던 신문사들이 우리의 맥너깃을 훔쳐가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 신문의 영향은 나잇 리더가 발행 하는 보카 래턴 뉴스에서 잘 나타난다. 이 신문은 기사를 더 잘게 토막내고(길고 복잡한 기사를 축소), 칼러 그래픽과 흥미로운 사건들에다 화제의 인물, 별난 세계 등과 같은 앙증맞은 특집기사들을 곁들인 일종의 잡동사니 모음집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과 마찬가지로 섹스도 맥도날드화 과정을 밟고 있다. 포르노 전화로는 한 번도 만난 적도, 앞으로 만날 가능성도 없는 사람과 저속하고 노골적인 음담패설을 나눌 수 있다. 에스코트 서비스는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섹스 파트너를 알려준다. 사람들은 시내의 복합상영관에서 고도로 전문화된 포르노 영화를 볼 수 있고, 거실에서 편안히 보기 위해 동 네 비디오 가게를 이용할 수도 있다. 뉴욕시의 한 관리는 어느 3층짜리 포르노 영화관을 두고 "청결함과 준법성" 때문 에 "섹스의 맥도날드"라고 불렀다.

맥도날드화의 특성

왜 맥도날드 모델이 그토록 절대적인 것이 되고 있을까? 네 가지 매혹적인 특성이 맥도날드 모델, 좀더 넓게 말해 맥도날드화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이다. 간단히 말해 맥도날드는 고객과 종업원, 지배인 모두에게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그리고 통 제를 제공하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어온 것이다.

첫째, 맥도날드는 효율성, 즉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하게 하는 데 최적의 방법을 제공한다. 가령 배고픈 상태에서 벗 어나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최선의 방법 따위를 말이다. 맥도날드는 빠르고 간편하게 음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고객과 마찬 가지로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에서는 종업원들도 효율적으로 기능한다. 관리자들은 종업원들에게 그렇게 일하도록 훈련시키며 그들 의 업무를 옆에서 감시한다. 조직의 규칙이나 규정 또한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이 있다.

둘째, 맥도날드는 계산가능성, 즉 판매되는 제품(1인분의 크기, 비용)과 제공되는 서비스(제품을 획득하는 데 소용되는 시간)의 양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양은 질과 같은 것이 된다. 많은 양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 곧 좋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몇몇 맥도날드화된 업체들은 시간과 돈을 함께 강조한다. 도미노 피자는 30분 내 배달을 약속하며,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피자 값을 받지 않고 있다. 피자헛은 1인분 팬피자를 5분 이내에 서비스하며,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돈을 받지 않는다.

맥도날드화된 체계의 종업원들 역시 일의 질적인 면보다는 양적인 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작업의 질에 대한 변화는 거의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을 얼마나 빨리 일할 수 있는가에 있다. 고객과 마찬가지로 종업원들 역시 빨리 그리고 저임금 으로 많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셋째, 맥도날드는 예측가능성, 즉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할 것이라는 확신을 제공한다. 뉴욕의 에그 맥머 핀은 사실상 시카고나 로스엔젤리스의 에그 맥머핀과 똑같다. 사람들은 맥도날드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맥도날드 모델이 성공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화가 없는 세계를 선호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맥도날드화된 체계에서 일 하는 사람들은 예측가능성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회사의 규칙과 관리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많은 경우, 그들의 말과 행동은 고도로 예측가능하다. 맥도날드화된 조직은 종업원들이 특정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기억하고 따라야 할 각본을 가지고 있 다.

넷째, 통제, 특히 인간기술의 무인기술로의 대체는 맥도날드의 세계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인간기술은 사람이 통제하지만, 무인기술은 인간을 통제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고객은 알게 모르게 통제되고 있다. 줄서서 기다리기, 제한된 메뉴,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음, 불편한 의자 등은 모두 고객들로 하여금 관리자가 원하는 행동양식-빨리 먹고 나가는 것-에 따라 움 직이게 만든다. 맥도날드 체계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고도의 통제를 받는데, 일반적으로 고객들의 경우보다 더 심하고 직접적이다 . 그들은 정확히 명령받은 방식 그대로 제한된 수의 일을 하도록 훈련받는다. 또한 맥도날드는 무인기술로의 대체를 통해 종업원 을 통제하는 동시에 훨씬 더 효율적인 무인기술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컵이 차면 자동으로 정지되는 음료수 공급기, 감자가 바삭바삭 튀겨지면 종이 울리며 튀어오르는 감자 튀김기, 현금출납원이 일일이 가격과 양을 계산할 필요가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 화된 현금등록기, 그리고 아마도 머지않은 장래에 등장할 햄버거 만드는 로봇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맥도날드의 이점

맥도날드화의 네 가지 기본특성에 대한 이러한 논의는 맥도날드가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고 맥도날드화 과정이 극적으로 진행된 데는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맥도날드화가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끌어온 것은 물론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이전보다 상품과 서비스의 이용가능도가 훨씬 높아졌다. 이들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시간적, 지리적 제한을 덜 받게 된다.
- 보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사람들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거의 곧바로 얻을 수 있다.
-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단일화되었다.
-고가의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훨씬 경제적인 대안들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근무시간이 길어 짬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급속하게 변하고, 낯설고, 적대적으로 보이는 세계에, 맥도날드화된 체계는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친숙하고, 안전한 환경으로 편안함을 준다.
- 한밤중에 돈을 찾거나 통장잔고를 확인하는 등, 이전에는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다.
동질적인 운영자들로 조직된 네크워크를 통해 조직과 기술의 혁신이 보다 빠르고 용이하게 확산되게 된다.
- 한 문화의 산물이 다른 문화로 더욱 쉽게 전파된다.

맥도날드화에 대한 비판: 합리성의 불합리성

맥도날드화는 막강한 이점들을 제공하지만,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합리적 세계는 필연적으로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 합리적 체계는 인간이성을 부정하는 데 기여하며, 종종 비이성적이다.

예를 들면, 맥도날드화는 자연환경에 광범위한 폐해를 끼치고 있다. 예측가능한 프렌치 프라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모양 의 감자를 생산해야 한다. 그런 감자의 생산은 미국 북서부 지역 태평양 연안의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나타났 다. 감자를 재배하는 거대한 농장들이 막대한 양의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프체치 프라이에 대한 요구로 인해 엄 청난 양의 감자가 낭비되는데 나머지 못 쓰는 감자는 자축사료나 비료로 사용된다. 그러나 가축의 분뇨와 비료는 지하수의 질소 함유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패스트푸드점의 또다른 비이성적인 측면은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먹거나 일한다는 것이다.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을 서 거나 차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고객,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는 종업원은 스스로가 마치 조립라인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낀다.

패스트푸드점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은 물론 맥도날드화되고 있는 세계의 모든 측면에까지 확대적용할 수 있다. 프랑스의 한 정치가는 유로 디즈니의 개장에 대해 "패스트푸드가 미각에 해독을 끼치는 것처럼, 그것은 뿌리없는 창조물로 프랑스를 폭 격하여 문화에 해독을 끼칠 것"이라고 개탄했다.

인구의 증가, 기술변화의 가속화, 점차 바빠지는 생활 등이 집에서 만든 음식, 전통 음식점에서의 저녁식사, 고급음식, 감탄을 자아내는 요리, 자신의 창의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주방장이 있는 식당 등이 존재하는 합리화되지 않은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맥도날드화에 대한 비판은 한편으로는 과거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서 의미하는 미래란 맥도날드화된 체계의 구속에서 벗어난, 인간의 잠재력으로 정의된다. 이런 식의 비판은 우리 인간이 지금보다 더 사려 깊고, 유능하며, 창조적이고, 다재다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비판들은 과거를 낭만시하거나 그것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바람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