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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아스 "고독한 사회학적 사유의 길(박미애)" 
[문명화과정(The Civilizing Process)]은 이미 1930년대에 출판되었지만 줄곧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 70년대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노르베르트 엘리아스(Norbert Elias, 1897~1990)의 대표적인 저서다. 57세가 되어서야 전임강사가 되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불운했던 엘리아스. 영미권을 풍미하던 기능주의와 체계이론이 점차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그의 역사적인 실증연구와 결합된 독창적인 사회학 이론과 방법이 부각되기 시작한 이래 엘리아스는 최근까지 새로운 이론적 대안을 제시하는 여러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독일의 사회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다음은 [문명화과정]의 국내 번역문 중에서 번역자인 박미애(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박사과정) 씨가 엘리아스를 소개한 "고독한 사회학적 사유의 길"이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1996. 문명화과정 박미애 올김. 한길사. p 45-53.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1897년 브레슬라우(Breslau)의 중산층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1910년 사업을 그만둔 뒤 명예직으로 블레슬라우 시청의 세무 담당 고문으로 일했던 유태인 지식인었다. 엘리아스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가정주부였는데, 엘리아스의 망명 권유에도 불구하고 독일에 남아 1941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엘리아스는 유태인이면서도 스스로를 독일인이라고 생각하였던 부모에게 자신의 주저 [문명화과정]을 헌증하였다.
엘리아스는 인문교양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지식인 가정에서 자라나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대가들과 괴테, 실러시대의 독일 고전문학을 두루 섭렵하였다. 이 당시 획득한 독일문학에 대한 그의 혹넓은 지식은 훗날 [문명화과정]의 역사실증적 분석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엘리아스는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철학 외에도 의학을 공부한다. 그는 의학공부를 통해 인간의 두뇌가 '내부세계'와 '외부세계'의 지속적인 중계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훗날 엘리아스는 이러한 인식이 자신의 인간관인 '열려진 인간(homo non-clausus)'의 형성과 사회학적 사유의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다. 두 학문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엘리아스는 의학공부를 중단하고,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철학공부를 하면서 야스퍼스의 세미나에서 토마스 만에 관한 논문을 발효하기도 한다.
다시 블레슬라우에 돌아온 엘리아스는 신칸트학파의 철학자 리하르트 회니히스발트(Richard Honigswald)를 지도교수로 하여 박사학위 논문을 쓴다. 엘리아스는 이 논문에서 칸트의 '아 프리오리(a priori)'를 반박하면서 칸트가 모든 경험에 앞서 주어져 있다고 설정했던 선험은 실제로 시간 또는 자연적·도덕적 법칙의 인과관계라고 줒아한다. 종래의 철학적 인간관인 '폐쇄적 인간'을 부정하려 했던 엘리아스의 관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러한 입장을 철회하고 수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의 학위논문은 통과될 수 있었다. 1924년 브레슬라우 대학에 제출한 학위논문은 [이념과 개인(Idee und Individuum)]인데, 이과정에서 엘리아스와 회니히스발트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된다. 그는 학자로서의 길을 다른 대학에서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24년 엘리아스는 당시 사회과학과 철학의 중심지로서 지성적 활기가 넘쳤던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사회학 공부를 시작한다. 1920년에 죽은 막스 베버에 대한 기억은 사회학을 이 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과로 만들었다. 이때 처음으로 사회학 저서를 본 엘리아스는 문화사회학의 대표적인 이론가였던 알프레드 베버 밑에서 교수자격 청구논문을 쓴다. 그는 같은 대학 사회학과의 젊은 강의 교수(Privatdozent)였던 카를 만하임과 친분을 쌓게 되고, 그의 충고에 따라 학게와 특히 알프레드 베버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던 막스 베버의 미망인인 마리안네 베버의 살롱에서 고딕 건축의 사회학적 고찰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한다.
1930년 카를 만하임이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정교수로 초빙되어 가면서 엘리아스에게 조교자리를 제공한다. 만하임을 따라 프랑크푸르트로 간 엘리아스는 교수자격 논문을 작성하는 한편, 세미나에서 사회학 강의를 한다. 그러나 하이델베르크와 프랑크푸르트 시절 사회학자로서 엘리아스의활동은 학생, 동료들로 이루어진 좁은 집단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는 망명했다는 또 하나의 이유와 함께 그의 저서들이 독일 내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고 수용되지 못한 원인이 된다.
1935년 나치정권이 등장하고 유태인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면서 엘리아스는 파리로, 그의 선생이자 동료였으며 마찬가지로 유태인이었던 만하임은 영국으로 망명을 떠난다. 엘리아스의 교수작격 심사가 중단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만하임의 지도로 작성되었으며, 1969년에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된 엘리아스의 교수자격 논문은 [궁정사회(Die hofishe Gesellschsft)]였다.
1935년 엘리아스는 영어도 할 줄 모르면서 다시 영국으로 망명지를 옮긴다. 언어상의 제약 때문에 대학에 자리를 잡기조 어려웠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들었던 30대 후반의 엘리아스는 1940년 잠시 런던 경제학 연구소(London School of Economy)의 연구 장학생이 되기도 한다. 그후 10년 이상 그는 런던대학의 성인 대상 교육과정의 선생으로 일한다. 이 일이 어느정도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웠다고 엘리아스 본인은 진술하고 있으나 학자로서의 출세에 결코 합당한 길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엘리아스는 57세가 되던 1954년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레스터 대학의 전임강사 자리를 얻는다.
1962년 정년퇴직 후 2년 간 아프리카 가나에서 사회학과 교환교수 생호라을 하였다. 가나에서 돌아온 후 그는 독일 여러 대학의 초빙교수로 강의를 해왔다. 1965년 베를린 자유대학의 독문학과 초청으로 여러 차례 세미나를 열었고, 1966년 헬무트 쉘스키(Helmut Schelsky)의 초청으로 뮌스터 대학에서, 1972년에는 토마스 룩크만(Thomas Luckmann)의 도움으로 콘스탄츠 대학 사회학과의 초빙교수로 강의했다. 1977년에는 아도르노 상을 수상한다. 1979년 이래 5년 간 빌레벨트 대학의 초빙교수로 일했던 엘리아스는 그후 암스테르담에서 사망할 때 까지 왕성한 연구, 집필생활을 계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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