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ystem of Professions
 
 
 

"애버트의 전문직 체계"

<이 글은 한상근 책임연구원님의 발제문입니다.>


서론

전문직이 우리의 세계를 지배한다. 그들은 우리의 몸을 치료하고, 우리의 이윤을 측정하고, 우리의 영혼을 구해준다. 그러나 우리에게 전문직은 대단히 양면적인 존재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전문직의 증가는 파스퇴르, 오슬러, 슈바이처의 성공한 이야기이거나, 시골 마을의 변호사를 대법원의 법정으로 연결해주는 실(thread)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전문직은 독점과 부정행위, 공평하지 못한 정의의 슬픈 연대기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모순되는 해석이 나타나는 것에는 몇 가지 공통의 가정이 놓여있다. 대부분의 저자들은 전문직을 한 번에 하나씩 연구한다. 대부분 전문직은 전문화라 불리우는 일련의 단계를 걸쳐서 성장한다고 가정한다. 대부분 전문직이 일을 하기 위하여 어떻게 조직화되었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전문직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덜 이야기한다.

이러한 가정은 전문직에 대한 우리의 중심적 질문에서 부터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왜 다양한 종류의 지식 획득과 적용을 통제하는 직업집단이 있어야 하는가? 약과 법을 좋아하는 집단들은 어디에서 그리고 왜 권력을 얻게 되었는가? 전문직 의식(professionalism)은 직업집단 전역에 퍼져있는가? 이러한 혼란스러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정을 채택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였다. 전문직 종사자가 의약과 건축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실제 작업상 유사한 것 보다 조직적 유형상 더 유사한 것으로 보였고, 이 때문에 조직유형이 분석의 초점이 되었다. 유형에 초점을 두는 일은 그 기원에 대한 탐구를 함축하고 하나의 공통적 발전과정, 즉 전문화(professionalization)라는 사고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전문화는 전문직 생활의 내용보다는 형식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오도된 개념이었다. 전문화 개념은 자격증, 윤리적 규범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를 무시하였다. 사실 그것은 전문직의 활동 내용 뿐 아니라, 활동이 발생하는 더 큰 상황을 빠뜨렸다.

조직발전의 유사성(parallel)에 초점을 둠으로써 전문직 연구자들은 전문직 생활의 근본적 사실, 즉 전문직 상호간의 경쟁을 시야에서 놓쳤다. 지식과 그 적용에 대한 통제는 그 통제를 공격하려는 외부자에 대한 지배를 의미한다. 경쟁없는 통제는 사소한 것이다. 조직형태 연구는 왜, 언제 그 형태가 나타났는지, 그 조직형태가 왜 때때로 성공하고 때때로 실패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 경쟁에 대한 연구만이 그 일을 성취할 수 있다.

즉, 전문직은 상호의존적인 체계를 형성한다. 이 체계에서 각 전문직은 다양한 형태의 관할권(jurisdiction)하에서 활동을 한다. 때때로 전문직은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때때로 다른 집단에 종속된 통제권을 갖는다. 전문직의 역사를 실제로 결정하는 것은 관할권 분쟁의 역사이다. 관할권 요구는 조직 발전의 추동력과 유형을 제공한다. 따라서 전문직에 관한 효과적인 역사사회학은 관할권과 관할권 분쟁에 대한 사례연구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 분쟁을 전체로서의 전문직 체계를 고려하는 더 큰 맥락 속에 위치시켜야 한다.

전문직에 대한 개인주의적 시각으로부터 체계적 견해로의 이동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 나는 전문화 개념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전문직의 체계적 관계를 이론화하는 것으로 이동하려한다. 책 전체를 통하여 나는 전문직에 관한 친근한 질문을 제기한다. 전문직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전문직은 서로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가? 전문직 종사자가 하는 일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문직 문헌

생략 (pp.3-9)

전문화 개념

아마도 과거의 작업 가운데 가장 공통적인 주제는 전문직은 전문화(professionalization)라고 불리우는 하나의 공통적 유형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해롤드 윌렌스키(Harold Wilensky)(1964)는 이른바 "모든 사람의 전문화"(the professionalization of everyone)를 주장하였다. 윌렌스키는 미국의 여러 가지 전문직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사건들" -첫 번째 훈련학교, 첫 번째 대학교, 첫 번째 지역협회, 첫 번째 전국적 협회, 첫 번째로 주 정부가 인허를 한 법률, 첫 번째 윤리강령의 날짜를 조사하였다. 그는 사건들이 방금 열거한 순서로 보통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질서를 반영하여 윌렌스키는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전문직은 필요가 있는 일을 전일제(full-time)로 하기 시작할 때 출발한다. 그때 훈련의 문제가 제기되고 학교가 나타난다. 새 학교들은 즉시 제휴하게된다. 불가피하게 높은 수준의 표준, 긴 훈련기간, 일찍부터 직업에 대한 헌신, 일군의 전일제 교사들이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첫 번째 졸업생과 함께 전문직 교사들은 전문직 협회를 육성하고 설립하기 위해 결합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사건들이 만들어낸 규칙들, 내부의 경쟁과 협잡을 제거하고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들은 형식을 갖춘 윤리강령으로 만들어진다."

윌렌스키의 설명은 일련의 이야기 단계(narrative steps)로 구성된다. 이 단계를 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하여 윌렌스키는 분명하지는 않다. 그는 누가 학교를 만들자고 밀어 부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만, 왜 그러한지는 말하지 않는다.

캐플로(Caplow), 밀러슨(Millerson)과 라슨(Larson)은 다른 방식으로 전문화 개념에 접근하였다(pp.11-15). 이들은 구조주의자로서 이들에게서 기능은 사라지고 구조 하나만 남아있게 되었다. 전문직은 단지 한 가지 형식의 직업통제일 뿐 이었다. 일의 내용과 전문가-고객의 관계는 덜 중요시되었다.

최근의 연구는 구조적 규칙성에 초점을 맞추는 데서 탈피하였다. 블레즈타인(Bledstein), 해스켈(Haskell) 등은 전문직의 문화적 권위를 강조하였다.

이처럼 전문화개념은 다양하지만, 사실 다양한 견해들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 개념의 전문화로 종합될 수 있다.

"전문가, 화이트칼라 직업은 특별히 구조적이고 문화적 형태의 직업통제로 발전한다. 구조적 형태는 전문직으로 불리우며, 연합, 통제, 일을 위한 일련의 조직으로 구성된다. 문화적으로 보았을 때 전문직은 자신의 전문적 지식(expertise)에 일반적으로 문화적 정당성을 지닌 가치관, 합리성, 효율성, 과학이라는 가치관을 부착함으로써 자신의 통제를 정당화한다."

이 종합적 전문화 개념은 어느 정도 강력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개념은 상대적으로 조리가 있으며, 용어들은 상대적으로 잘 정의된다. 특히 강력한 (구조주의적) 형태에서 조직들은 측정하기 쉽고, 사례별로 놀라울 정도로 비교하기 쉽다.

그렇지만 전문화 개념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윌렌스키의 강력한 형식검증(form test) 결과들은 주로 허위인 것으로 판명된다. 둘째, 10년 이상의 역사적 사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전문화의 배후 가정들이 허위이다.

종합적 개념의 전문화 속에는 다섯 가지 기본적 가정이 숨어 있다. 첫째, 변화는 단일방향(unidirectional)이다. 전문직은 주어진 형태를 향하여 발전한다. 둘째, 개별 전문직의 발전은 다른 전문직의 발전에 명백하게 의존하지는 않는다. 셋째, 사회구조와 전문직의 문화적 요구는 전문직이 수행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넷째, 전문직들은 동질적 단위들이다. 다섯째,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전문직은 시간과 더불어 변화하지는 않는다.

이 가정들은 각각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단일방향성 가정은 사회학자와 역사학자들 모두에 의해서 공격받았다. 이론가들은 한편으로는 전문직의 정당성과 자율성의 명백한 쇠퇴,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직 성원에 대한 전문화의 이득 감소를 언급하기 위하여 탈전문화와 프롤레타리아라는 개념에 이르게 되었다. 역사학자들은 전문화에 이르는 큰 길에서 지체되거나 탈락한 수많은 전문직 혹은 의사전문직(pseudoprofessional) 집단(영매, 전기요법의사, 철도의사, 컴퓨터 코더(coder), 조산원)을 연구하였다.

(2) 한 전문직의 발전이 다른 전문직과 독립적이라는 가정은 암묵적으로, 그러나 심각하게 위험에 처해있다. 중세시대의 준전문직에 관한 많은 연구는 미국의 정신과의사와 사회사업,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엔지니어에서 그러하듯이, 전문직 발전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

(3) 구조가 실제 작업보다 중요하다는 가정은 역사적 연구에 의해서 도전받는다. 역사학자들은 실제 수행되는 작업을 강조한다. 역사학자들은 전문직 구조와 문화의 상세한 관계를 보여주었다.

(4) 직업의 내적 분화를 무시하였기 때문에 전문화 개념은 단순화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이 가정이 위험하다고 암시하고 있다.

(5) 마지막으로 전문화가 스스로의 역사가 없는 일반적 과정이라는 가정은 사회학들에 의해서 강하게 도전받았다. 존슨과 라손은 국가의 더 많은 개입이 전문화를 재형성시켰다고 지적하였다.

다음 장에서 나는 전문화이론의 가정들을 대체하는 대안적 이론을 제기할 것이다. 대안적 가정은 일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시작한다. 현재의 전문화 개념에서 중심적 문제점은 일이 아니라 구조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사례연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전문직 작업의 내용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직 생활의 중심적 현상은 전문직과 그 일의 연결, 내가 관할권이라 부르는 연결이다. 전문직의 발전을 분석하는 것은 이 연결이 현장에서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그것이 공식적, 비공식적 사회구조에 의해서 어떻게 지지되는지, 관할권 연결의 상호작용이 개별 전문직의 역사를 어떻게 규정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전문직 발전의 사례들

친근한 미국의사의 사례로부터 시작하자. 많은 미국의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의사(medicine)는 두 가지 유형의 전문직 활동이 있었다. 하나는 독립전쟁 이전에 몇몇 학교, 몇 가지 배타적으로 주정부가 인가한 법률, 몇 가지 지역협회, 주 협회의 설비과 권능강화가 있었다. 잭슨시대(1829-27)에는 이러한 배타권을 중단시키고 경쟁의 문이 열렸다. 다양한 분파와 민간 치료사들이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에는 동종요법의사들(homeopaths)이 있었는데, 이들은 치료를 통해 환자를 죽이지 않는 의료행위를 채택했다. 이 방식과, 좋은 결과로 인하여 동종요법의사들은 "정규 의사"(regular medicine)로 불렸다. 누가 사람들을 치료할 권리가 있느냐를 놓고 격렬한 전쟁이 계속되었다. 이 가운데 정규의사들은 배타적 강령과 전국적 협회를 창설하게된다. 19세기 말까지 정규의사들은 유럽에서 온 새로운 과학적 의사들로 보강되었다. 정규의사들은 전국적 잡지를 만들고 윤리강령을 수정하고 학교를 개혁하기 시작하였다. 동종요법의사 때부터 그들은 영웅적 치료를 회피하는 것을 배웠고, 세기말경에 미국과 유럽출신의 두 집단은 외부의 새로운 위협, 즉 정골요법사(osteopaths)와 나중에는 지압요법사(chiropractor)와 싸우기 위하여 뭉쳤다. 비록 국가개입에 대해서는 두려워했지만, 미국의 의사들은 공적, 사적 보험을 만들어서 큰 이득을 보았다. 20세기 중반까지 의사들은 전체 직업세계가 시기하는 사회적 위신과 권력을 차지하였다.

신체에 대한 의료전문직의 절대적 통제로 인하여 수많은 경계에서 방어적 활동이 나타났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경계로는 신체적 치료와 정신적 치료 사이의 애매한 경계선이다. 여기서 조직적으로는 의사의 일부분이지만 지적으로ㆍ실제적으로는 그들과는 분리된 두 번째 전문직 집단이 나타났다. 이들이 미국의 정신병 의사(psychiatry)이다.

정신병의사는 19세기 초 일군의 진취적 의료개혁가들이 미친 사람들은 사법기관 관할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미친 사람들은 아픈 사람들이고, 그들을 우리에게 주면 우리가 그들을 치료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새로운 이론과 치료법이 이러한 변화를 정당화시켰고, 개인조직과 주 의회는 시골에 정신박약자 시설들을 산재시켰다. 정신병 의사는 이 시설의 감독자였다. 가르치는 일이나 사회사업과 유사하지만, 그 모체인 의사(medicine)와는 달리 정신병 의사는 조직적 형태, 즉 정신병 환자 병원으로부터 나타났다. 협회, 잡지, 공식적 원칙들이 1840년대 중반에 즉시 생겨났다.

결국은 정신병 의사의 것이 되는 관할권은 다른 선구자 즉 신경의사(neurologist)와 다투게 되었다. 남북전쟁의 야전병원에서부터 시작한 신경의사들은 일반적 상담전문가로 출현하였다. 이들은 "신경과민의" 환자들의 집단들에 의해서 압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환자들은 소수였지만 복잡한 기질적 징후를 가지고 있었고, 대부분 문제는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신경의사들과 정신병의사들은 관할권을 함께 하기 시작하였다. 세기말 이후 약 20 여년 동안 이 두 집단은 상호침투하였다. 그리고 나서 갑작스럽게 그들은 분열하였다. "신경의사"란 용어는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일하는 기질계통의(organic) 의사를 말한다. 정신병의사들은 외래환자 경계선에 있는 신경의사의 옛 자리를 차지하였다. 동시에 정신병 의사를 직업공동체(lay community)로 부터 직접 소개받은 사람들(referrals)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직접적 소개는 다른 전문직이 오랫동안 지배하였던 사회통제의 영역에 급속하게, 기업형으로 팽창하는 것을 반영하였다. 20세기의 정신병 의사는 청소년 비행, 알콜중독, 노사분규, 부부싸움, 수많은 다른 영역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하려고 하였다. 이로 인해 그들은 성직자, 옛 법률 등과 격렬한 경쟁을 하게 되었다. 1970년대 심리치료에 대한 요구가 급속하게 급증하자 이 전문직은 자신의 인원이 너무 적어서 오랫 동안 독점을 보호해 주었던 영역에 심리학과 사회사업이 침투해 들어 온 것을 발견하였다.

이처럼 정신병 의사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의사(medicine)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이 전문직은 조직과 함께 시작하였다. 이 전문직은 10년만에 전문화의 형식성-협회, 잡지, 강령-을 돌파하였다. 이 전문직은 150 여년 이상의 관할권을 변화시켰다. 어떻게 전문직이 발전하는가라는 중심적 질문은 직업상호간의 관계, 전문직 활동의 내용과 결합되어있다. 전문직 생활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은 관할권 경쟁과 직업상호간의 관계라는 복잡한 사실들을 다루어야만 한다.

cf. 영국 사례(생략)

이러한 간단한 사례는 전문직의 놀랄 정도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미국의사를 패러다임으로 착각하기는 쉬었다. 실제 전문직은 다양한 집단, 즉 승자와 패자, 공무원과 민간인, 독재자와 종속자이다.